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8화

음택? 조옥정의 말에 나는 곧바로 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에는 별장들이 아주 많았고, 비록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썰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음택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다. “헛소리하지 마. 나는 모르겠는데.” 나는 곧바로 조옥정에게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다. “헛소리 아니에요. 이 저택에 누군가 손을 써뒀어요. 그것도 꽤 능력 좋은 사람인 듯해요. 심지어 저조차도 그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손을 써뒀는지 알 수가 없는 걸 보면 말이에요.” 조옥정은 내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며칠 전 조국철이 내게 직접 물건을 전달해 주러 왔을 때는 확실히 예전만큼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바빠서 피곤할 때도 당연히 많을 것이다. “확실한 거야?” “네. 한 번 들어가 봐요.” 조옥정은 내게 문을 두드려보라고 했다. 만약 조옥정의 말처럼 누군가 이 저택에 손을 썼다면 나와 조옥정에게는 큰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오히려 평범한 양인에게 더 좋지 않았다. 똑똑. “누구를 찾아오셨나요?” 이내 중년 여성 한 명이 밖으로 나와서 내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여기 국철 아저씨네 집 맞나요?” 나는 빠르게 인사를 건네며 물었다. “어르신을 찾으시는 건가요?” “네. 저는 국철 아저씨 지인이에요.” 솔직히 말해 나는 어떻게 나를 소개해야 할지 몰랐다. “혹시 미리 연락하고 오신 건가요?” 나는 그 점을 깜빡했다. 조국철은 바쁜 몸이라 내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네, 연락드렸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조국철이 연락을 받지 않았을 뿐, 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이었다. 만약 이때 내가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중년 여성은 절대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래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황원태라고 합니다.” “헉, 진, 진짜 황원태 씨인가요?” 중년 여성은 내 이름을 듣더니 곧바로 신난 듯이 흥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네, 저를 아세요?”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국철이 내 이름을 아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었지만 눈앞의 이 중년 여성은 나와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것일까? “그럼요. 알죠. 아니, 아니에요. 저는 몰라요.” 중년 여성은 횡설수설하며 황급히 마당 밖의 대문을 열어주었다. 그녀가 정말로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는 나로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돈이 많은 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나는 조국철이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그가 이렇게 엄청난 부자일 줄은 몰랐다. 마당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마치 궁 안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집은 매우 좋았지만 동시에 음기가 아주 강했다. 조옥정이 괜히 음택이라고 한 게 아니었다. “황원태 씨가, 황원태 씨가 오셨어요.”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중년 여성이 들뜬 목소리로 몇 번 외쳤고 나는 그녀의 행동에 영문을 알 수가 없어 어리둥절해졌다. 곧이어 별장 거실로 중년 여성 한 명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조금 잘생긴 청년, 그리고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여성이 나왔다. 까맣고 큰 눈동자를 가진 여성은 눈이 굉장히 맑고 빛났다. “네가 바로 황원태니? 드디어 너를 찾았네. 우리 남편은 지금 목숨이 위태로워.” 이때 중년 여성 한 명이 빠르게 내 앞으로 걸어와 흥분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비록 나는 그들 중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눈앞의 중년 여성이 조국철의 아내이고 옆에 있는 청년과 젊은 여성이 조국철의 자식들일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주머니, 저는 아저씨를 찾으러 왔어요. 아저씨는 여기서 지내시는 건가요?” 나는 흥분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확인해 보려고 했다. “그래, 맞아. 안 그래도 사람을 시켜 너를 찾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어. 우리 남편도 이젠 살 수 있겠어.” 중년 여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까지 훔쳤다.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우리 남편은 아주 위급한 상황인데 계속 너의 이름만 되뇌고 있어. 네가 자신을 살려줄 거라면서...” 중년 여성은 흐느끼면서 말을 이어갔다. “알겠어요. 제가 한 번 가볼게요.” 나는 중년 여성의 팔을 부축하며 그녀를 따라갔다. 그러고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이미 오후 네 시가 넘는 시간이었고 한여름이었는데 옷을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중년 여성의 팔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 전 슬쩍 확인해 보니 그들의 몸에서 아주 강한 음기가 느껴졌다. 심지어 양기가 전혀 없는 나 같은 사람보다도 더 비정상적이었다. 이내 우리는 2층 서쪽에 있는 침실에 도착하게 되었다. 금빛 찬란한 큰 침대 위에는 조국철이 누워있었다. 그는 두 눈을 살짝 감은 채로 입으로는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인간의 언어 같지는 않았다. “다른 의사들한테 진료도 받아보았지만 다들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말만 했어. 제발 우리 남편 좀 살려줘.” 중년 여성은 내 손을 잡고 애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꼭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조국철이 나와 같은 업계의 사람에게 당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그와 싸울 수가 없었다. “정말 잘 됐어. 우리 남편 살 수 있겠어.” 중년 여성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올렸다. 바로 이때,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조옥정의 위패가 내 등을 툭 쳤다. “뭐 하려는 거예요?” 동시에 머릿속에서 조옥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그제야 조옥정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곳으로 들어온 뒤 그녀를 깨끗이 잊어버렸다. “나는 국철 아저씨를 도와드려야 해. 이건 할아버지께서 내게 당부했던 일이기도 하거든. 그리고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꼭 지켜야 할 원칙이기도 하고.” 나는 조옥정이 나를 생각해서, 내가 괜히 성가신 일에 휘말리기를 바라지 않아서 말리는 거라는 걸 알았다. 만약 상대가 만만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라면 나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못 말리네요.” 머릿속에서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방 안에서 호신단 한 알을 꺼내서 먹인 뒤에 방법을 생각해 보죠.” 곧이어 조옥정은 또 한 번 내게 정보를 전달했다. “호신단이라고?” 나는 순간 당황했다. 호신단? 내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내 가방 안에는 눈알 두 개만 들어있었다. “내 거예요. 손 넣어서 꺼내봐요.” 조옥정에게 그런 것이 있을 줄이야. 그동안 나는 인생을 허비한 것 같았다. 앞으로는 조옥정을 따라다니며 그녀에게서 열심히 배워야 할 듯싶었다. “아주머니, 제게 약이 있는데 일단 이걸 먹이세요.” 나는 손을 뻗어 가방 안에 넣었고 그 순간 약 한 알이 내 손에 쥐어졌다. 중년 여성은 그 말을 듣더니 매우 기뻐하며 곧장 조국철에게 그 약을 먹였다. “저 약이 소용이 있을까?” 나는 조옥정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목숨을 구할 수는 없어요. 저 사람의 몸 주위로 검은 기운이 가득한 거 보이죠? 이 바닥 사람이 손을 쓴 게 틀림없어요. 아마 멀지 않아 죽을 거예요.” 조옥정은 아주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 조국철의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게 잘해준 사람들은 모두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없는 걸까? 황영수는 행방불명되었고 조국철은 이런 꼴이 되다니. 조국철은 약을 먹자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더 이상 뭔가를 중얼대지도 않았다. “황원태 씨, 정말 고마워요.” 조국철의 가족들이 끊임없이 내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이 불안했고 또 괴로웠다. “어서 가죠?” 조옥정이 재촉했다. 내가 이만 가보겠다고 하자 중년 여성이 나를 잡으며 말했다. “오늘은 가지 말고 여기서 묵는 게 어때?” ‘이것 참...’ “얼른 가요. 여기 묵는다면 오늘 밤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몰라요.” 조옥정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