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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가정의는 신속하게 치료했고 박이윤의 상태가 다소 안정되자 굳은 표정으로 박도운을 향해 말했다. “박 대표님, 작은 도련님은 아직 어려요. 엄마의 보살핌이 꼭 필요합니다. 가정부들이 아무리 잘해도 사모님보다는 못 할 거예요.” 잠시 멍해 있던 박도운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앞으로 다시는 사모님이라는 소리 하지 말아요.” 깜짝 놀란 의사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날 밤, 아이의 상태를 살핀 후 박도운은 침실로 돌아갔다. 통유리창 앞에 우뚝 서 있는 그의 머릿속에 지난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3년 간의 결혼 생활. 술에 취한 그를 임서희가 술집에서 데려온 횟수는 총 398번. 매번 옷을 벗겨주고 조심스럽게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었다. 그러나 임서희는 그가 술에 취한 척하고 있다는 걸 한 번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그녀가 위패 앞에서 무릎이 파랗게 될 때까지 무릎 꿇고 속죄한 횟수는 총 257번. 가장 심했을 때는 한 달 동안 똑바로 서지도 못했다. 그러나 임서희는 반항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그에게 빵을 만들어주겠다고 손을 데인 횟수는 총 124번. 생일, 명절 그리고 회사 기념일마다 임서희가 자신을 선물을 포장하여 그의 침대에 올라온 횟수는 총 96번... 이렇게 고집이 세고 끈기가 있는 사람을 상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마터면 임서희한테 마음이 움직일 뻔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소원나무 아래에 적어둔 글을 보게 되었다. [12년 동안 당신을 사랑했어요. 언제쯤이면 당신이 날 뒤돌아볼 수 있을까요?] 12년이라... 그녀와 알고 지낸 지는 고작 3년인데... “임서희, 다른 남자를 사랑하면서 날 사랑한 척한 거야? 이젠 네 연기를 볼 필요가 없게 되었군...” 담배 한 대를 골라 입에 물자 목 밑까지 스며든 담배 향기에 원한이 뒤섞인 녹슨 냄새가 더해진 것 같았다. ... 다음날, 해는 평소대로 다시 떠올랐다. 슈퍼칩을 이식하기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이날은 박도운과 정식으로 이혼 수속을 밟는 날이기도 했다. 퇴원 후, 임서희는 택시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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