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임서희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무대 위에 선 류가희는 박이윤을 향해 과장된 미소를 지으며 손 키스를 날렸다. 그 장면에 들뜬 분위기가 더해지자, 옆에 서 있던 선수들이 참지 못하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박씨 가문 작은 도련님 말인데요, 박 대표님 전처가 낳은 아이라면서? 근데 류가희 씨랑은 꼭 친모자 같네요?” “친모가 워낙 애한테 정을 안 줬다잖아요. 아들마저 새엄마만 찾는다던데... 그 정도면 뭐, 인생 참...” “결국 그분 장례식 이후로 집안이 조용해졌잖아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잘 간 거죠.” 날 것 그대로 흘러나오는 말들이 심장을 살아 있는 채로 베어내듯 귓가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임서희는 펜싱 마스크 뒤에서 단 한 조각의 표정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마스크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입꼬리가 조용히 내려앉을 뿐이었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예상대로 초반 라운드는 전부 류가희의 ‘일방적 쇼’에 가까웠다. 화려하지만 허점투성이인 움직임, 형식적인 공격, 부실한 방어였지만 누구도 그 약점을 찌르지 않았다. 박씨 가문과 호렌 그룹이 만들어 낸 특별 상금이 경기의 흐름을 잠식하고 있었다. “경기 시작!” 심판의 구호와 동시에 류가희의 검이 가볍게 튕기며 ‘그럴듯한’ 동작을 만들었다. “삑!” 득점 등이 켜졌다. “류가희 득점!” 상대 선수는 일부러 놓친 티를 내며 고개를 숙였고 검을 거두는 순간 휴대폰으로 입금된 상금 알림을 확인하며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1번 승!” “또 1번 승!” 연이어 울려 퍼지는 승리 선언 그리고 관중석을 가득 메우는 박수와 환호가 들려왔다. VIP석에서는 박이윤이 깃발을 힘껏 흔들며 소리쳤다. “가희 엄마 최고예요! 가희 엄마가 제일 잘해요!”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호렌 그룹 박 대표님 단독 스폰서십! 이번 대회 챔피언에게는 수십억 원 상당의 ‘다이아 팔찌’가 추가 증정됩니다!” 순식간에 장내는 광란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말 안 해도 누가 받을지 뻔하구먼.” “누가 감히 도하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