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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임서희가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허준혁이었다. “서희야. 혹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린 건 아니지? 누가 고도화된 기술로 대회 서버를 해킹해서 네 참가자 정보를 뒤지고 있어.” 임서희는 미간을 좁혔다. “박도운이에요.” 다른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의 담담한 대답에 허준혁의 목소리가 즉시 낮아졌다. “그럼 더 조심해야 해. 슈퍼칩은 절대 들키면 안 돼. 오늘 경기 끝나는 대로 바로 연구소로 돌아와. 상태부터 점검하자.” “알겠어요.” 통화를 끊은 임서희는 휴게실로 향하려 했지만, 복도 중간에서 그림자 몇 개가 길을 가로막았다. 앞줄에 선 사람은 류가희, 그 뒤에는 그녀의 수행처럼 붙어 다니는 참가자 네 명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누가 봐도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이던 사람은 류가희였지만, 먼저 입을 연 건 옆에 붙어 있는 무리였다. “8번 선수. 설마 이겼다고 진짜 그 수십억짜리 다이아 팔찌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죠?” “웃기지도 않네. 이미 출입구는 전부 막아놨고 CCTV도 꺼놨어요. 이긴 건 이긴 거고... 오늘 상 받으러 무대 위로는 못 올라가요.” 류가희는 겉으로만 말리는 척 얄미운 억양을 더했다. “아휴, 너무 그러지 마세요. 다이아 팔찌 하나 때문에 이럴 필요 있나요? 경기에서 이길 수도 있는 건데... 뭐, 저도 인정했어요.” “역시 류가희 씨는 대인배시네요!” 뒤에 서 있던 무리가 입을 맞춘 듯 말을 이어갔다. “근데 말이죠, 그 다이아 팔찌가 원래 박 대표님이 류가희 씨한테 주려던 선물인데,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여자가 끼어들어 가져가겠다고요? 아니, 꽃뱀도 아니고...” “저희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류가희 씨는 구경만 하세요.” 그 말에 류가희는 고개를 기울이며 어쩔 수 없다는 척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손목을 턱 아래에 얹고 임서희를 향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8번 선수, 들었죠? 저는... 도와주려고 했는데. 참, 매력이 없어요.” 말을 끝낸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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