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뭐라고요?”
명원 스님은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잘못 들은 줄 알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소원패를 태우면 그동안 올린 모든 기도도 사라질 겁니다...”
“알고 있어요.”
임서희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명원 스님, 허락해 주세요.”
옆에 있는 박도운은 보이지 않는 채찍이라도 맞은 듯 몸을 움찔거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머리 위 가득 매달린 붉은 소원패들을 올려다보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임서희라면 절대 이것들을 태우겠다고 하지 않을 거야! 동의할 리가 없어!”
박도운은 그녀가 왜 오랜 시간 자신을 위해 기도했는지 아직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이건 무려 10년 동안 이어진 삼천 개의 기도다.
‘이걸 한 번에 태워 버린다고?’
그는 절대 믿을 수 없었다.
박도운은 얼굴이 굳은 채 위협적으로 말했다.
“만약 이신영 씨 멋대로 결정한 거면 앞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똑똑히 봐.”
박도운의 근거 없는 확신이 오히려 임서희의 마음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도 그는 그녀가 여전히 자신을 향한 집착이나 미련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아직도 내려놓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임서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심하세요. 제 목숨을 걸고 말하지만 이건 임서희 씨의 뜻입니다.”
단칼처럼 내리꽂힌 그 말에 박도운의 가슴에서 무언가가 쏙 하고 빠져나간 듯했다.
‘정말로 임서희가 직접 태우라고 한 거라고?’
박도운의 목이 꽉 조여왔다.
이어서 그의 머릿속에서 2년 전에 그가 그녀를 어떻게 몰아붙이며 이혼을 강요했는지, 그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더는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5분 후, 명원 스님은 다른 두 명의 스님을 데리고 돌아왔다.
스님들은 나무에 올라가 소원패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떼어 내고 커다란 화로에 넣었다.
화로는 금세 삼천 개의 소원패로 가득 찼다. 명원 스님은 임서희에게 라이터를 건네며 두 손을 모아 염불했다.
“제법은 공한 것. 생하지도 멸하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더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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