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박도운은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그는 마치 임서희의 얼굴에서 답을 얻으려는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런데 임서희는 태연하게 손을 들어 발 아래의 검은 화로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대표님이 찾으시는 임서희 씨는 바로 여기 있어요.” 그 말을 듣자 박도운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폭발한 것처럼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갑자기 그의 커다란 몸이 앞으로 성큼 다가왔고 임서희는 눈앞이 번쩍하더니 그에게 목을 잡혔다. 이어서 서늘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내 인내심은 이미 바닥 났어. 말해. 임서희는 어디 있어!” 임서희는 강제로 고개가 젖혀진 채 목에서 겨우 목소리를 짜내며 말했다. “임서희 씨는 죽었어요. 10분 전에 불에 타서 재가 됐다고요.” 박도운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 진짜 죽고 싶은 모양이네.” “어디 한번 죽여 봐요.” “너!”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고 쥐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임서희는 박도운이 아무리 독단적이고 강압적이라 해도 정말로 자신을 죽일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세게 목을 조여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울린 휴대폰 벨소리가 긴장을 찢었다. 박도운은 임서희를 휙 밀쳐내고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고 그 순간 임서희는 그의 화면을 훔쳐봤다. 발신자는 류가희였다. 박도운이 전화를 받자마자 떨리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도운 씨, 이윤이가 실종됐어요...” “뭐?” 박도운은 충격에 얼굴이 굳어버렸다. 임서희는 통화 내용까지는 듣지 못했고 자신의 목을 만지며 기침하다가 비꼬듯 말했다. “보아하니 바쁘신 모양이네요. 전 이만 비켜 드릴게요.” 그녀가 돌아서려는 순간, 박도운이 거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임서희의 행방을 말하기 전에 넌 어디도 못 가.” 그는 그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억지로 롤스로이스로 밀어 넣었다. “예일 유치원으로 가!” 박도운의 명령에 차는 곧바로 속도를 내 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