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박도운은 임서희가 연락처를 삭제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관계를 급히 끊어내려는 걸 보니, 어젯밤 그녀가 남자 모델을 부른 건 정말 결혼 청첩장 때문에 순간적으로 자극받아서였다는 게 확실해졌다.
그렇게 오래 마음을 쏟아왔는데, 단숨에 부정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비웃듯 낮게 중얼거렸다.
“임서희, 계속 아무렇지 않은 척해. 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보자.”
그때, 서재 문밖에서 류가희가 다급히 외쳤다.
“대표님! 이윤이가 벌써 세 시간째 무릎 꿇고 있어요. 일어나질 않아요...!”
박도운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역시나, 박이윤은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였다.
그는 얼굴을 굳힌 채 다가가 차갑게 물었다.
“왜 안 일어나? 정말로 다리가 부러져야 그만둘 거야?”
박이윤은 슬쩍 류가희를 힐끗 보고,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러지면 어때요...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아무도 신경 안 쓴다는 그 말에 박도운의 가슴이 순간 먹먹해졌다.
류가희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대표님, 방금 임서희 씨가 이윤이 앞에서 다친 것도 모른 척하고 가버렸어요. 아이한테는 너무 큰 상처예요...”
그 말에 박도운의 손이 저절로 움츠려졌다.
임서희가 자신에게 무심한 척하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연기와 진심을 구분 못 한다.
이건 반드시 임서희가 사과해야 한다.
다음 날, 고급 카페 한쪽 자리.
임서희는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단정하게 꾸민 모습으로 박도운 앞에 앉았다.
“무슨 일로 부른 거야?”
그녀는 군더더기 없이 말했다.
박도운은 진단서를 그녀 앞에 내던졌다.
“박이윤, 우울증 진단 나왔어.”
임서희는 서류를 훑어보다가 우측 상단의 진단 번호를 보고 바로 알았다.
학회 규정과 전혀 맞지 않는 번호였다.
가짜 진단서로 협박하는 게 어이가 없어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래서?”
박도운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밤 연회가 있어. 와서 사과해.”
임서희는 시큰둥했다.
“내가 왜? 아이가 우울하든 말든 그게 나랑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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