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임서희는 카페를 벗어나 아이를 데리고 곧바로 백화점으로 갔다. 그리고 옷을 새로 사 입힌 뒤 조심스레 말했다.
“이젠 유선기가 아니야. 임성채야. 하늘이 주는 상서로움이라는 뜻이야.”
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이해하지 못한 걸까 싶어 임서희는 종이에 이름을 천천히 적었다.
“상서롭다는 건 좋은 일이 온다는 뜻이야. 아주 좋은 의미만 담긴 이름이야.”
그때 아이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 손가락을 움직였다.
[고마워요.]
임서희는 눈을 크게 떴다.
‘태어날 때부터 말을 하지 못했고 교육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아이가 글을 쓸 줄 안다고?’
분명 단순한 아이가 아니었다.
확신을 얻어야 했기에 임서희는 바로 허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수님, 실험실을 잠깐만 쓸 수 있을까요?”
요즘 실험실은 호렌 그룹 관리팀이 철저히 통제해 교수들조차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허준혁은 단번에 허락했다.
“응, 와.”
임서희는 임성채를 데리고 직원들을 피해 몰래 실험실로 들어갔다. 장비를 빌려 머리를 스캔했고 곧 모니터에 선명한 흔적이 나타났다.
“칩?”
허준혁의 얼굴이 굳었다.
“병원에서는 기본 검사만 해서 놓쳤어. 누가 이런 어린아이한테 칩을 심은 걸까. 형태가 우리가 개발하던 슈퍼칩과 거의 같아. 최소 5년은 됐어.”
임서희도 숨을 멈췄다.
“다섯 살이면... 태어난 순간부터였군요.”
자신의 칩은 겨우 2년 남짓 버티고 있는데, 성채의 칩은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었다.
더 뛰어난 기술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임서희는 확신했다.
임성채가 단서라면, 칩을 만든 사람만 찾으면 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을 터였다.
그녀는 임성채의 눈을 바라보며 무릎을 굽혔다.
“성채야, 넌 정말 상서로운 아이야.”
아이도 눈웃음을 지었다. 놀이터로 뛰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임서희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오래전 기억으로 빠져들었다.
햇살이 가득한 날이었다. 두 살짜리 박이윤의 손을 잡고 놀이터에 갔을 때, 아이는 갑자기 모래를 한 줌 떠서 그녀에게 뿌렸다.
모래가 눈에 박혀 따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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