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구연우가 신유리 방문을 막 나섰을 때, 오래 기다린 듯한 비서 진태훈이 다가왔다.
“구 대표님, 국내에서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이사회 쪽에서 대표님이 해외에 오래 머무는 걸 곱게 보지 않습니다. 주요 프로젝트 몇 건은 대표님이 직접 돌아가 결단을 내려 주셔야 합니다.”
진태훈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긴급 결재 문서와 회의 일정이 빽빽하게 떠 있었다. 그러나 구연우의 시선은 화면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뒤편의 굳게 닫힌 방문으로 향했다.
“이렇게 전해.”
구연우는 시선을 거두고, 늘 그렇듯 단호하게 말했다.
“모든 안건은 온라인으로 의결 처리해. 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
진태훈의 눈에 짧은 놀라움이 스쳤다. 구연우를 오래 보좌했지만, 사적인 이유로 업무를 미루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진태훈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구 대표님, 이번엔 심성 그룹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해외 에너지 프로젝트입니다. 심명준 측은 이미...”
“내 말대로 해.”
구연우가 담담히 말을 끊었다.
그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구연우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심명준을 꺾는 것보다, 이제 겨우 숨을 돌리기 시작한 신유리의 마음이 또다시 무너지는 게 더 걱정이 앞섰다. 구연우는 곧장 서재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덧붙였다.
“그리고 섬 경비를 즉시 강화해. 보안 인력 세 팀 더 붙이고, 최신 감시 시스템 설치해. 출입하는 사람은 전원 철저히 신원 조회해. 예외 없어.”
진태훈은 즉시 알아들었다.
“네. 추가로 심명준이 최근 출입국 기록을 전부 뒤지고 있습니다. 신유리 씨가 살아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구연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심씨 가문 내부 라인으로 심명준 동선 바짝 붙어. 그리고 미국의 상위 예술 대학 자료와 내가 그쪽에 가진 부동산 몇 곳도 정리해.”
“대표님께서... 그럼 혹시...”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진태훈이 물러난 뒤, 구연우는 서재의 통유리 창 앞에 섰다. 바다는 잔잔했지만, 구연우의 마음속은 잠잠하지 않았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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