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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1년 후, 워싱턴. 새벽 여섯 시, 신유리는 워싱턴 아트 갤러리 설치 작업 현장에 칼같이 맞춰 나타났다. 아직 관객이 들기 전이라 전시장에는 페인트 냄새와 먼지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바닥에는 동선 표시 테이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신유리는 외투를 벗어 팔에 걸치고, 긴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린 뒤 무전기를 들었다. “조명팀 주의해 주세요. 르누아르 작품은 조명을 15퍼센트 더 낮춰야 합니다. 반사광까지 체크해 주세요.” 신유리는 1년 사이 요크대학교에서 예술경영 석사를 마쳤고, 동시에 구현 아트 재단의 북미 사업을 세 배로 키워냈다. 지금 준비 중인 <인상주의와 현대성> 특별전은 예매율이 이미 80퍼센트를 넘어섰고, 워싱턴 미술계에서는 올해 가장 큰 전시라는 말이 돌았다. “신 총괄님.” 비서가 숨을 고르며 다가왔다. “아트 리뷰에서 단독 인터뷰 요청이 왔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도 협업 의향서를 보냈습니다.” 신유리는 서류를 받아 단숨에 훑어본 뒤, 핵심 조항 몇 군데에 빠르게 검토 메모를 남겼다. “순회전은 가능하다고 답장해요. 하지만 주기획 큐레이터는 반드시 우리 팀이어야 한다고 못 박아 주세요.” 신유리가 사무실로 들어가자 벽면 일정표는 내년 가을까지 빽빽했다. 책상 위에는 오늘 아침 경매사에서 보낸 작은 유화 한 점이 놓여 있었다. 첫 프로젝트 성과금으로 직접 산 모네 초기작이었다. 신유리는 그림 앞에 잠깐 멈춰 섰다가, 자신이 스스로 벌어 스스로 선택한 것들이 주는 안정감이 어떤 약속보다 단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구연우의 메시지였다. [다음 주 월요일 환우 테크 서명식이 있어. 약혼자 자격으로 참석해 줘. 심성 그룹도 사람을 보낸대.] 신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줬고 손가락 마디가 희게 변했다. 신유리는 금고를 열어 민무늬 반지를 꺼냈다. 이 반지는 지난 1년 동안 쓸데없는 접근과 불필요한 질문을 조용히 쳐냈고, 커리어 초반의 발목을 잡던 의심도 많이 잠재워 줬다. 신유리는 구연우에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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