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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항성의 마지막 진주라 불리던 신유리를 손에 넣기 위해, 재계의 태자 심명준은 무려 99억을 들여 태평산 정상에 가장 호화로운 별장을 지었다. 하지만 결혼한 지 고작 1년 만에, 신유리는 심명준을 구하려다 산비탈로 떨어졌고,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 뒤로 3년 동안, 심명준은 항성과 내륙을 아흔아홉 번이나 오가며 미친 사람처럼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다녔다. 하늘도 뜻이 있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았던 걸까. 심명준은 마침내 해안가의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어촌에서 신유리를 찾아냈다. 신유리는 세탁을 거듭해 빛이 바랜 원피스를 입고, 맨발로 바닷가에 서 있었다. 인간 세상으로 떨어진 요정처럼, 숨이 멎을 만큼 고요하고 완벽했다. 심명준은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신유리의 뺨을 어루만졌다. 목이 꽉 막혀 말끝이 갈라진 채,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유리야... 내가... 드디어 너를 찾았구나.” 비록 신유리의 기억은 아직도 조각조각 흩어진 채였지만,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기쁨으로 가득 찬 심명준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고요하던 신유리의 마음도 마침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유리가 태평산 정상의 별장 대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행복한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명준 오빠!” 신유리가 가장 좋아하던 맞춤 제작 흰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둥지로 돌아온 어린 제비처럼 심명준의 품에 뛰어들었다. 여자가 고개를 들자 목덜미에는 선명하게 남은 선명한 키스 자국이 눈에 박혔다. 그리고 시선이 신유리에게 닿자, 천진하면서도 잔인하게 웃었다. “이 아줌마는 누구야? 집에 새로 온 도우미야?” 신유리는 심장이 순간적으로 조여 왔지만, 얼굴에는 티 하나 내지 않았다. 신유리는 항성에서 가장 자존심 강한 여자였다. 기억의 대부분을 잃고 초라하게 돌아왔어도, 기개만큼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심명준은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도 팔은 무의식적으로 여자를 자기 몸 뒤로 감싸며 보호했고, 말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감쌌다. “지연아, 예의 없게 굴지 마.” 그리고 심명준은 신유리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유리야, 이 사람은 허지연이야. 너를 찾느라 내가 집에 자주 못 있었는데... 그동안 어머니 곁을 지켜 준 건 지연이 덕이 컸어.” 그러고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 말에는 심명준 자신도 느끼지 못한 의존이 묻어 있었다. “네가 사라진 3년 동안, 몇 번이나 정신이 무너져서... 너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어. 지연이가 내 옆에서 버텨 주고 붙잡아 주고 계속 격려해 주지 않았으면, 나도 진작 무너졌을지도 몰라. 지연이 성격이 좀 제멋대로이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야. 네가 돌아왔으니... 앞으로는 나랑 같이, 지연한테도 잘해.” 신유리는 말없이 심명준을 바라봤다. 다른 여자를 감싸고 지키는 그 자세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너무도 익숙했다. 그 순간, 산산이 부서져 있던 기억들이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왔다. 심명준도 한때는 수없이 그런 식으로 신유리 앞을 막아섰었다. 항성 언론의 플래시와 마이크가 쏟아지던 자리에서, 심명준은 신유리를 품속에 단단히 감싸안고 세상에 선언했었다. “무슨 질문이든 나에게 해. 내 아내를 겁주지 말고.” 심씨 가문의 가족 연회에서, 어른들이 신유리의 출신과 배경을 문제 삼자, 심명준은 사람들 앞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신유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제가 결혼한 건 유리의 배경이 아니라, 유리라는 사람입니다.” 깊은 밤 사람 하나 없는 거리에서, 통제 잃은 오토바이가 신유리를 들이받을 뻔했을 때도, 심명준은 망설임 없이 등을 내밀어 막아섰다. 팔이 쓸려 상처가 나고도, 심명준은 먼저 신유리가 다친 곳이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심명준은 신유리의 버팀목이었고, 신유리가 믿고 기댈 수 있는 모든 안전감의 근원이었었다. 그런데 이제 그 버팀목은 다른 여자 쪽으로 돌아서, 신유리를 완전히 밀어내고 있었다. 신유리는 문득 깨달았다. ‘이 3년 동안 버텨 온 처절한 삶도, 희미한 그림자 하나 붙잡고 여기까지 돌아온 것도 결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웃음거리였네.’ “피곤해. 먼저 올라가서 쉴게.” 신유리의 차분한 목소리에는 감정의 기복 같은 건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 신유리는 두 사람을 그대로 지나쳐 곧장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심명준이 먼저 앞장서더니, 게스트룸 문을 열어 주었다. 신유리의 걸음이 멈췄다. “내 원래 침실은 어디 갔어?” 신유리는 눈을 내리깔았다. 신유리의 목소리는 낮고, 차갑게 식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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