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성관계 금지

그 말 한마디에 주민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러나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머물며 체면 차리는 법을 익혀온 그는 능숙하게 화제를 돌렸다. “형님이 돌아가시면서 형수님을 잘 보살펴달라 부탁하셨고 형수님 또한 제게 은혜를 베푼 분입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니 우려가 되는군요. 혹여 아린이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또 질투 섞인 투정을 부릴까 봐 걱정입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육지환은 터져 나오려는 실소를 힘겹게 삼켰다. 굳이 대꾸를 얹지는 않았다. 주민우는 몇 마디 의례적인 인사를 더 건네더니 본론으로 들어갔다. “주제넘은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표님과 서연오 씨는 어떤 관계입니까?” “친구죠.” 육지환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하자 주민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서연오가 갑자기 여유를 부리며 기고만장해진 이유가 있었다. 서아린이 그토록 오랫동안 소란을 피우고 친정으로 가버린 것도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정말로 서연오가 배씨 가문에 들러붙은 덕에 서씨 가문이 지금 덕을 보고 있는 건가?‘ 주민우는 서씨 가문의 운이 이토록 좋은 것이 참으로 못마땅했지만 서아린만 잘 설득하면 세븐힐 리조트 프로젝트를 손에 넣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에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서아린을 찾아가려 고개를 든 순간, 서아린과 서연오가 나란히 배문수의 휴게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기회를 엿보기로 하고 우선 심유라의 상태를 살피러 발걸음을 옮겼다. 손으로 심유라의 몸 안을 살피는 동안 손혜원의 표정은 시시각각 어두워졌다. “심유라 씨, 최근에 관계를 가지신 적이 있나요?” 심유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남편을 잃고 과부로 지내는 처지에 관계를 인정했다가는 명성이 실추되는 것은 물론 주민우와의 관계까지 탄로 날 판이었다. 검사하는 손길이 불편해 몸을 뒤척이던 그녀의 머릿속에는 주민우와 몸을 섞던 순간 그가 자신을 탐닉하던 장면들이 어지럽게 스쳤다. 그녀는 몰려오는 묘한 신음을 참지 못한 채 입술을 달싹였다. “아니요, 없어요.” 그 대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