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주민우가 만족시켜 주지 못하니?
몇몇 남자 모델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임예나는 남자들이 가득한 곳을 터프하게 가리키며 말했다.
“마음에 드는 놈 있으면 데리고 가, 이 언니가 계산할 테니!”
꽤 취한 서아린은 눈앞이 아찔하고 어지러워 남자 모델들도 겹쳐서 보였다.
방향도 분간이 되지 않은 상태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검은색 그림자를 가리켰다.
최고급 소재의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품격이 넘쳐 보였다. 옷깃이 살짝 벌어져 있어 차분함 속에서도 섹시한 매력이 풍겼다.
날카로운 턱선과 뚜렷한 이목구비, 얼굴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완벽했다.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하는 남자는 다른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편안한 자세였지만 온몸으로 우아한 아우라를 내뿜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싸늘한 눈빛과 극도로 차가워진 얼굴로 서아린 쪽을 바라봤다.
두 눈이 마주친 순간 서아린은 눈앞이 어지러워 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비볐다.
서아린이 남자 모델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을 본 임예나는 그녀가 아직도 남자와 어울리는 게 조심스러워서 이러는 줄 알았다.
“이왕 온 김에 편하게 즐겨!”
한마디 한 임예나는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남자 모델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그 ‘기생오라비’는 바로 순종하며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기생오라비’가 가까이 오자 임예나는 주저 없이 그의 근육질인 가슴을 만졌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서아린을 보며 말했다.
“이거 괜찮은 것 같은데? 몸매도 좋고 가슴근육도 있고. 너한테 딱 맞아!”
말을 마친 뒤 그 남자를 서아린 앞으로 밀었다.
“나 잠깐 일이 좀 있어서... 금방 올 테니까 즐겁게 놀아!”
임예나가 돌아서서 떠나는 것을 본 서아린은 비틀거리며 쫓아갔다.
“여기에 마음 편히 나를 버리겠다고?”
임예나가 눈을 깜빡였다.
“마음 안 편할 게 뭐가 있는데?”
서아린을 부른 이유는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서아린이 단 몇 시간만이라도 즐겁게 보내길 바랐다.
눈앞에 있는 남자 모델들은 분명 서아린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고! 넌 그냥 편하게 놀아! 나 금방 올게!”
손을 몇 번 흔든 임예나는 이내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누나, 오늘 밤 내가 누나 곁에 있을게요...”
순종적이고 귀여운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지자 고개를 든 서아린은 순간 눈이 반짝였다.
말할 것도 없이 눈앞의 남자는 정말 잘생겼다. 몸매는 형용할 단어가 없을 정도였다. 몸에 딱 맞는 흰색 셔츠를 입어 탄탄한 가슴근육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를 자세히 살피던 서아린은 저도 모르게 손이 남자의 허리에 닿았다. 순간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가늘잖아? 침대에서 오래 버틸 수 있으려나...’
서아린은 순간 조금 전 본 그 남자가 떠올랐다. 넓은 허리와 좁은 엉덩이, 긴 다리, 주민우 같은 놈은 둘째치고 글로벌 남자 모델도 그 남자 앞에서 빛을 잃을 것이다.
이런 남자야말로 서아린이 진짜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 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거지? 설마 진짜로 어지러워 헛것을 본 건가?’
서아린이 멍해 있는 사이 조금 전의 그‘기생오라비’가 주눅이 든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왜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거예요?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말하면서 천천히 몸을 기울여 서아린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근육에 올려놓았다.
“누나, 한번 만져보실래요?”
예전 같으면 서아린은 분명 거부했겠지만 지금은 술에 취한 상태이다 보니 용기가 생겼다.
손을 천천히 아래로 움직이려 할 때 눈앞에 큰 손 하나가 나타나 서아린의 손목을 잡았다.
이내 낮고 매력적인 남자 목소리가 울렸다.
“주민우가 너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거야? 그래서 이런 곳에 남자 만나러 온 거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