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6화
하지민은 더는 미련을 두지 못하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
B시에서 돌아온 뒤, 서아라와 차건우 사이에는 드물게 평온한 시간이 찾아왔다.
서아라는 차건우와의 약속대로 다시 집으로 들어왔고 차건우 역시 전처럼 집을 비우는 일이 줄어들었다. 중요한 일정이나 모임이 아니면 거의 매일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서아라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침대 위의 관계 말고는 그가 집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아이의 문제도 차건우는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그 사이 하지민은 차건우가 퍼붓는 막대한 자원과 지원 덕분에 세상에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아직 내세울 만한 작품은 하나도 없었지만 속도전이 중요한 요즘 세상에서 자본이 못 해낼 일은 없었다.
하지민은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먼저 유명세를 얻고 있었다.
……
곧 이명희의 생신연이 다가왔다.
지난번 생신연에서 서아라는 참담할 만큼의 망신을 당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무슨 웃음거리가 될지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서아라가 연회에서 망신을 당한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미 상류 사회에서 그녀는 조롱의 소재였다.
연회가 무르익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순간, 정문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한 사람에게 꽂혔다.
은은한 빛을 띤 드레스가 그녀의 곡선을 매혹적으로 드러냈다. 우아한 자태와 고혹적인 분위기가 겹쳐져 숨이 막힐 만큼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요염함 대신 고귀한 기품이 자리 잡고 있었고 한 걸음 한 걸음이 단아하고도 고아했다.
사람들은 넋을 잃은 듯 바라보다가 뒤늦게 감탄을 터뜨렸다.
“저게... 정말 서아라 맞아?”
“언제 저렇게 달라졌지?”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어...”
그렇다.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과거의 서아라는 무엇을 입어도 늘 이명희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금수저 딸임에도 자존감을 잃고 위축된 채 설 자리를 잃은 모습뿐이었다.
연회에 나올 때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