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화
서아라가 들어오자 박연지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였을 뿐이었다.
태도에는 더 이상 무례함은 없었지만 여전히 차갑고 무심했다.
서아라는 그런 냉담함에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곧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 있는 차건우에게로 향했다.
차건우의 안색은 희미하게 창백했으나 그런데도 그의 고귀하고 단정한 인상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
마치 어떤 상황에서도 차건우를 초라하게 만들 수는 없는 듯했다.
적어도 서아라는 한 번도 차건우의 곤혹스러운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깼어?”
서아라는 침대에 앉아 있는 차건우를 바라보며 그의 손에 들린 서류를 힐끗 보았다.
“좀 나아졌어?”
“응, 이제 괜찮아.”
차건우의 목소리는 병으로 인해 약간 쉰 듯했으나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매력과 성숙한 울림이 더해져 있었다.
“의사 말로는 아직 회복된 게 아니래. 최소 한 달은 요양해야 한다고 했어.”
서아라의 목소리는 감정의 파동이 거의 없었고 고요한 물결처럼 담담했다.
“대체 무슨 일이 당신 건강보다 더 중요한 건데?”
서아라의 표정도 평온했다. 특별히 애틋해 보이지도 않았지만 분명한 관심이었다.
“회사에 긴급히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있어.”
차건우는 담담하게 서아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중 일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것들이지.”
서아라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내가 앞으로 한 달 동안 일은 절대 안 되고 오직 몸조리에만 전념하라고 한다면 그럴 수 있어?”
차건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
“그렇다면...”
서아라는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이 서류에 서명해.”
차건우는 서류를 받아서 들었다.
검은 글씨로 큼직하게 적힌 다섯 글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혼 합의서]
차건우는 더 이상 읽지 않고 곧장 눈앞의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서아라의 얼굴은 꽤 지쳐 보였다.
오랫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듯, 눈가에는 옅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화장하지 않아 평소의 화려한 기세는 옅어졌고 오히려 잔잔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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