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오글거리는 말투에 노골적인 시선까지, 그를 마주한 사실만으로도 서아라는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녀의 미간이 천천히 좁혀졌다. 눈앞의 남자는 단순히 불편한 상대라기에는 과거에 얽힌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임유성, 임씨 가문에서 대를 잇는 외아들로 태어나 집안의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자식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가족들에게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했고, 그 결과 세상 물정 모르는 버릇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평소에도 남을 깎아내리고 곤란하게 만드는 걸 유난히 즐겼다. 서아라는 임유성을 몇 번밖에 마주친 적이 없었다. 마주칠 때마다 그는 늘 친구들을 거느리고 나타나 서아라를 향해 거침없이 조롱하고 시비를 걸었다. 유경 그룹은 태성 그룹의 사업 파트너라 서아라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참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인내는 오히려 임유성과 그 무리들의 더 노골적이고 집요한 괴롭힘을 만들 뿐이었다. 임유성의 시선이 집요하게 서아라 얼굴에 달라붙다시피 하더니 와인잔을 들고 느릿느릿 그녀에게 다가왔다. “요즘 누가 그렇게 잘해주나 봐요? 얼굴도 더 예뻐진 것 같고, 완전 분위기가 달라졌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라 씨랑 좀 더 자주 봤을 텐데 말이죠.” 서아라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유성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여기 혹시 차 대표님 찾으러 온 거예요? 방금 그 사람 봤는데, 내가 데려다줄까요?” 서아라는 차갑게, 감정 하나 없이 대답했다. “필요 없어요.” 임유성이 갑자기 손을 뻗었다. “어이쿠. 아라 씨,머리카락에 벌레가 있네...” 서아라는 그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 없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의 손을 피해냈다. 임유성의 손이 허공을 헛짚더니 이번에는 와인잔으로 일부러 서아라의 가슴팍에 와인을 쏟아버렸다. 오늘 서아라는 미팅 때문에 슬랙스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붉은 와인이 셔츠에 번지면서 그녀의 몸매가 은근히 드러났다. 임유성은 대놓고 그녀의 가슴을 노려보더니 입꼬리를 올리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