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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오늘은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아라 씨 옷은 왜 젖어 있었을까?’ 서아라는 납치된 뒤 내내 축축하고 차가운 창고에 갇혀 있었다. 햇볕도 바람도 닿지 않는 그곳에서 옷이 마를 리 없었다. 돌아온 뒤에야 겨우 반쯤 말랐을 뿐이었다. 그녀를 안아 올린 순간, 임우현은 서아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아라 씨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인 거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은 채 성을 빠져나갔다. ... 강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서아라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눈꺼풀이 천천히 떠졌다. 그녀의 눈앞엔 새하얀 풍경이 번졌다. 머리는 여전히 지끈거렸지만, 의식은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여긴... 병원이잖아? 난 분명 납치됐었는데, 어떻게 여기로 온 거지?’ 천천히 고개를 돌렸지만 곁엔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를 부르려 입을 열었으나, 목이 바싹 말라 제대로 된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았다. 탁자 위에 물컵 하나가 보였다. 그러나 손 뻗는 것조차 버거웠다. 간신히 닿을 듯싶은 한 그 순간... 쾅! 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물컵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이 흩어졌다. “아라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문간에 선 임우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의 손에는 작은 쟁반이 들려 있었다. 서아라는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때 마주한 것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표정이었다. “저... 물 마시려고요.” 쉰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 마치 오래된 현악기의 줄이 끊어져 버린 듯, 거칠고 위태로운 목소리였다. 임우현은 잠시 멈칫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늘 당당하고 활기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눈앞의 그녀는 금세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처음 T국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 그는 붉은 장미를 떠올렸었다. 화려하고 눈부시지만, 날카로운 가시를 숨긴 장미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색을 잃고 시든 장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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