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주성진은 반사적으로 하지민을 붙잡았다. 마침 하지민의 중심이 무너진 순간이었고 그녀는 그대로 주성진의 품에 안기듯 넘어졌다. 주성진은 깜짝 놀라 서둘러 그녀를 부축했지만 하지민은 마치 전염병이라도 피하듯 그의 손을 뿌리치며 날카롭게 외쳤다. “이봐요, 주성진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순간 주성진은 얼이 빠진 듯 멈춰 섰다. 하지민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주성진이 손버릇이 나쁘다고 소리쳤다. 아무리 해명해도 하지민은 들으려 하지 않았고 결국 윤수아가 나서서 차건우에게 상황을 알리러 갔다. 영상은 매우 선명했다. 여러 각도에서 당시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누가 봐도 주성진은 하지민에게 불필요한 접촉을 한 적 없었다. 그는 잠깐 그녀를 붙잡은 후 바로 손을 놓았고 불쾌한 의도나 행동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영상이 끝나자 차건우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검은 먹물을 가득 머금은 듯 짙고 어두웠으며 마치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처럼 차가웠다. 하지민은 처음엔 무슨 영상인지 몰랐지만 재생 중 들려온 목소리만으로도 사태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차건우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두 번째 영상을 눌러 재생했다. 이번엔 서아라와 임유성이 등장하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에는 사건의 경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임유성이 등장했을 때부터 음흉하게 서아라에게 말을 걸며 추근댔고 서아라를 만지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날렵하게 피했다. 그러자 임유성은 일부러 술을 그녀에게 끼얹었고 뒤이어 들려온 말은 명백한 성희롱 그 자체였다. 임유성은 추잡한 말을 늘어놓으며 서아라를 다시 손으로 제지하려 했고 그 순간 차건우의 표정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차건우의 주변으로 싸늘한 기운이 퍼져나갔다. 얼굴은 어둡게 굳어 있었고 눈빛은 예리하게 날이 서 있었다. 차건우가 서아라를 얼마나 좋아하지 않든, 심지어 얼마나 그녀를 증오하든 서아라는 엄연히 그의 아내였다. 임유성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서아라를 희롱하고 손을 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