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차건우 씨.”
고서준의 목소리는 낮고 잔잔했다.
“매번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믿는 사람은 타인이고 제일 먼저 의심하는 사람은 아라예요?”
“서준 오빠.”
서아라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됐어.”
고서준은 평소 온화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차건우를 바라보는 눈빛에 분명한 냉소가 섞여 있었다.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하다가, 끝내 한마디로 정리했다.
“아라야, 넌 참 사람 보는 눈도 없다.”
서아라는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땐 내가 눈이 멀었지. 다행히 지금은 치료 다 끝났어.”
차건우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두 사람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 대해 얼마나 형편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자 그의 얼굴빛은 마치 숯이라도 묻은 듯 어두워졌다.
“서아라.”
차건우가 그녀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목소리는 차가웠고 눈빛엔 먹구름이 드리웠다.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대답을 기다릴 틈도 없이 차건우는 서아라의 손목을 꽉 움켜쥐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고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
차건우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 그 시선엔 위협적인 기류가 번졌다.
“고서준 씨,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설마 남의 부부 문제까지 관여하시겠다는 건가요?”
고서준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차건우 씨, 아라 아직 밥 다 못 먹었잖아요. 아무리 급해도 밥 한 끼는 먹고 가게 해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요?”
차건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쩍였고 말투도 더 이상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내 아내한테 너무 관심 가지는 거, 본인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고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되받았다.
“스스로는 아내에게 관심도 없으면서 남이 조금 신경 써주는 건 못 참겠다니... 참 이상한 기준이네요. 당신이 함부로 대해온 그 사람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예 안 해보셨나 봅니다.”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설교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오늘 아라를 이 자리에 부른 건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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