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차건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너한테 많은 편견이 있었던 것 같아... 앞으론 믿어보려고 해.” 서아라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나랑 이혼해 줘.” 차건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말했잖아. 난 당분간 이혼할 생각 없어.” 그 대답에 서아라는 조금 실망했지만 사실 그의 반응은 예상했던 범주 안이었다. 하지민조차 그에게 주식 포기를 결심하게 만들지 못했는데 하물며 자신 같은 사람이 가능할 리가 있을까. Z국의 혼인법은 거의 집착에 가까울 만큼 혼인 관계를 보호하고 있었다. 차건우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 해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이혼 절차를 밀어붙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소송으로 넘어가게 되면 한쪽이라도 반대하는 순간 첫 판결에서 이혼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두 번째 소송까지는 6개월이 필요했고 조정이니 뭐니 하는 걸 다 거치면 길게는 2년까지도 걸릴 수 있었다. 그래서 서아라는 결국 협의 이혼이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고 판단했다. “너한테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 알아. 태성 그룹 지분 정리까지 세 달 정도 걸린다며. 그거 끝날 때까진 기다려줄게. 대신 그때는 서로 깔끔하게 마무리하자.” 서아라의 말에 차건우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까지 이혼을 서두르는 거... 혹시 고서준 때문이야?” 서아라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서준 오빠가 왜?” “서준 오빠? 꽤 친한가 보네.” 차건우가 바보도 아니고 두 사람을 최근에야 알게 된 사이라고 믿을 리 없었다. 서아라는 담담히 말했다. “너 만나기 전부터 알던 사이야. 어쩌다 보니 친구가 됐고 지금도 그 이상은 아니야. 그리고 너랑 이혼하기 전까진 그런 선 넘는 행동은 안 해. 그건 알아둬.” 서아라는 고서준과 자신이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라는 걸 굳이 차건우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차건우는 눈치가 워낙 빠른 사람이었고 자칫 그녀의 정체를 눈치챌 수도 있었다. 적어도 이혼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에게 들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