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서아라는 잠깐 얼어붙었다가 곧 눈치를 챘다. 차건우는 지금 그녀가 이걸 빌미로 집에 들어오라고 떼쓰는 거라 오해하고 있는 거였다. 둘 사이의 거리는 너무도 가까웠고 자세는 지나치게 은밀했다. 서아라는 그게 몹시 불편했다. 분명 이보다 더한 짓도 수없이 했던 사이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거북했다. 차건우의 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마다 이유 없이 역겨운 감정이 치밀었다. 그녀는 밀쳐내려 했지만 그는 마치 바위처럼 버티고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차건우는 말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심연처럼 깊은 눈동자 속엔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자 잘생긴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의 몸에서 나는 차갑고 맑은 향이 점점 짙어졌고 그 향기는 그녀의 숨결을 파고들었다. 서아라는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였다. “나 이제 갈래.” “서아라, 내가 분명히 말했지. 난 따로 사는 거 받아들일 생각 없어. 그러니까...” 차건우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짙게 깔린 눈빛에는 뜨거운 불꽃이 스치고 있었다. “오늘은 돌아가지 마.” 순간 서아라의 온몸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의 곁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차건우는 이미 고개를 더 깊이 숙여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서아라의 표정이 확 굳더니 그녀는 손을 번쩍 들어 그의 뺨을 후려치려 했다. 하지만 차건우가 한발 빨랐다. 손이 올라가는 순간 그는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커다란 몸이 그대로 밀착됐고 그녀에겐 반항할 틈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의 입맞춤은 집요하고도 거칠었다. 점점 숨이 가빠졌고 흐트러진 호흡이 고요한 공간을 메웠다. 그게 그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서아라는 온몸으로 거부하고 싶었지만 지금의 그녀는 제 몸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신세였다. 그 순간 처음으로 남자와 여자 사이의 힘 차이가 이렇게 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의 입술이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고 그녀의 목소리는 질식할 듯한 입맞춤 속에 조용히 삼켜졌다. 서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