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서아라 씨, 지금 당장 이곳에서 나가주세요. 아니면 저도 더 이상 말로 하지 않을 거예요.”
박연지는 서아라 앞까지 성큼 다가와 날카로운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눈빛에는 거침없는 오만함이 서려 있었다.
“박연지 씨, 당신은 그저 일개 비서일 뿐이에요.”
서아라는 싸늘한 눈빛을 마주하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날 여기서 내쫓을 자격이 없어요.”
박연지의 눈매가 살짝 일그러졌다. 그녀는 말없이 손을 뻗더니, 서아라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대표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더는 여기서 그분 곁을 맴돌지 말라고. 그런데도 이렇게 나타난 거라면 저도 어쩔 수 없겠네요.”
박연지가 여자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손목을 움켜쥔 힘은 강하고도 단단했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통증에 서아라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이건 도무지 평범한 힘이 아니었다. 서아라는 애초에 버텨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이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애당초 불가능에 가까웠다.
“박연지 씨.”
서아라는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잊지 마세요. 난 차건우의 아내입니다.”
박연지의 입꼬리가 비웃듯 살짝 들렸다.
“그 아내 자리를 어떻게 차지한 건지,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잖아요.”
“방법이야 어쨌든 아내는 아내고 비서는 비서예요.”
마치 급소를 찔린 듯 박연지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손끝엔 무의식적으로 더 강한 힘이 실렸다.
서아라는 통증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내가 차건우 대표의 아내가 맞든 아니든, 지금 이 손목 부러지면 당신은 감옥 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박연지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잠시 움찔하며 손에 들어간 힘을 살짝 뺐지만 끝내 손을 놓지는 않았다. 여전히 거침없는 손길로 서아라를 문 쪽으로 끌고 갔다.
하이힐을 신은 서아라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결국 발목을 접질렸다.
“박연지 씨.”
서아라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손 치워요. 내 발로 나갈 수 있으니까.”
박연지는 코웃음을 쳤다.
“혼자 나간다고요? 당신이? 내가 그 말 믿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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