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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정초아는 스파 침대에서 여유롭게 누워 있다가, 한서준에게 거칠게 팔을 잡힌 채 확 끌려 일어났다. 순간 눈이 동그래지더니, 눈앞에 내던져진 두툼한 조사 자료 묶음을 확인하자마자 정초아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은커녕, 오히려 증오와 쾌감이 뒤엉킨 듯한 거의 광기에 가까운 웃음이 떠올랐다. “그래. 내가 한 짓이야!” 정초아는 태연하게 인정했다. 목소리는 날카롭고, 이미 막 나가겠다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한서준, 난 네가 꼭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어. 네가 쏟아부은 모든 걸 무너지는 것도 보고 싶고, 네가 사람들한테 다 버림받는 기분도 똑같이 느껴 봐!” “너!” 한서준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만큼 분노로 끓어올랐다. 관자놀이의 핏줄이 불쑥 솟고 정초아의 어깨를 움켜쥔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네가 뭘 한 건지 알기나 해? 이건 명백한 산업 스파이야. 제대로 걸리면 감옥에서 늙어 죽을 죄라고! 당장 널 회사에서 잘라 버릴 거고 내가 할 수 있는 수단은 전부 다 써서 네가 한 짓에 대해 가장 비참한 값을 치르게 할 거야!” “감옥에서 늙어 죽는다고? 나를 잘라 버린다고?” 정초아는 마치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한서준의 손을 홱 뿌리치고는 비웃음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한서준, 네가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한테 물어봐. 네가 정말 나를 그렇게 버릴 수 있겠어?” “왜 못 버리겠어?” 한서준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고 눈빛은 칼처럼 서늘했다. “내가 너한테 느끼는 건 딱 하나, 증오야.” “증오라고?” 정초아의 입꼬리가 비뚤게 말려 올라갔다. “말은 참 예쁘게도 하네.” 정초아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사납게 변했다. 한 걸음, 한 걸음 한서준에게 다가서면서 쏟아내는 말은 독 묻은 칼날처럼 한서준이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곳을 정면으로 찔렀다. “입만 열면 나를 미워한다, 우리 집안을 박살 내고 싶다고 떠들어 대더니, 결국 어땠는데? 네가 그렇게 말하는 원수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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