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런던의 비는 늘 서두르지도 늦지도 않았다.
뼛속까지 차갑게 스며드는 축축한 냉기만 조용히 번져 갈 뿐이었다.
나는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빗발에 흐려진 창밖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손이 닿는 곳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
내 곁에서 에디, 내가 키우는 코기가 안달 난 얼굴로 내 슬리퍼를 앞발로 긁어 댔다.
목구멍에서는 애원하듯 낮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에디에게는 밖이 비가 내리든 맑든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산책 시간은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약속이었다.
그때 휴대폰 화면이 반짝였다.
국내에 있는 친구 임지혜에게서 도착한 메시지였다.
짧은 문장 하나와 함께 긴급 뉴스 링크가 덧붙어 있었다.
[한때 재계를 호령하던 한성 그룹, 결국 법원에 파산 신청.]
그 아래에는 임지혜가 보낸 잇따른 감탄사와, 약간 씁쓸함이 묻어나는 문장이 붙어 있었다.
[헐, 하린아, 이거 봤어? 한성 그룹이 진짜로 무너졌대. 한서준이...]
나는 그 제목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마음속은 잔잔한 물웅덩이처럼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통쾌함도, 동정심도 없었다.
놀라움이라고 할 만한 감정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먼 나라의 사회면 기사 한 줄을 보는 기분에 더 가까웠다.
나는 담담하게 답장을 보냈다.
[봤어.]
곧바로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너 진짜 아무 느낌도 없어? 그 사람이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는 고개를 내려 에디의 부드러운 등털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에디는 바로 따뜻한 혀를 쭉 내밀어 내 손가락을 핥았다.
나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휴대폰 화면을 두드렸다.
[별 느낌 없어. 그 사람 눈앞에서 정초아를 그 정도로 방치하던 꼴을 보면, 회사에 문제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였던 거지. 다만 생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완전히 끝났을 뿐이지.]
그래서 놀랍지 않았다.
한서준은 처음부터 눈앞에 누가 봐도 위험한 사람을 끼고 살았다.
정초아가 제멋대로 선을 넘고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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