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화
신정민은 딸에게 다시 돌아가라고 설득하려다가 지난 3년 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얘기를 들은 후에는 갑자기 망설이기 시작했다.
백이현이 심가은을 사랑해주고 예뻐해 줘서 백씨 가문에서 분명 잘 지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이토록 모욕을 당하며 살았을 줄이야.
그동안 딸과 사위의 재결합을 밀어붙였던 신정민의 마음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심가은은 어머니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스치는 걸 보고는 웃기만 할 뿐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너무 많이 말하면 어머니가 믿지 않을 테니까.
앞으로 천천히 지난날의 속상함을 털어놓다 보면 어머니도 그녀가 왜 이혼했는지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밥을 먹은 후 심가은은 설거지하러 갔다.
무료했던 신정민은 산책 겸 소화를 시키려고 쓰레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심가은이 부엌에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엄마, 너무 멀리 가지 말아요. 걱정되니까.”
신정민이 대답했다.
“알았어. 금방 올게. 나간 김에 과일도 좀 사 오고.”
과일이 집에 많으니 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던 그때 신정민은 이미 나가버렸다.
설거지를 마쳤는데도 어머니가 아직 돌아오지 않자 심가은은 어머니를 찾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쓰레기통 근처에도, 과일 가게에도 어머니의 모습은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아파트 단지를 나갔는데 낯익은 형체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 순간 심가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엄마!”
공포와 혼란으로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재빨리 신정민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이마에 선명한 핏자국을 보자마자 두려움이 파도처럼 그녀를 집어삼켰다.
심가은은 온몸을 떨며 쭈그려 앉아 신정민을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이미 의식을 잃은 신정민은 그녀의 품에 힘없이 기대어 있었다. 숨이 점점 약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신정민의 상태를 횡설수설 설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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