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화
태현빈이 일에 빠져들어 더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좋은 일이었다.
심가은은 택시에 올라 태현빈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빌딩으로 돌아온 심가은의 눈앞에 벤츠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것은 백이현이었다.
심가은이 막 자리를 피하려 할 때 손목이 붙잡혔다.
심가은이 한마디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백이현은 작은 상자 하나를 심가은의 손바닥에 올려놓더니 손을 놓았다.
“오늘 백화점에서 이걸 보는데 문득 네 생각이 나서 사야겠다 싶었어.”
백이현이 가볍게 웃었다.
“이제는 매일 네 생각만 해. 뭘 봐도 다 너에게 사주고 싶고. 심가은, 어쩌면 좋지, 넌 나에게 그렇게 모질게 구는데 난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드는 것 같아.”
이전의 백이현은 심가은에게 더없이 인색했다.
선물은커녕 생활비마저 겨우 주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심가은에게 돈을 쓰고 싶어 안달이었다.
남자의 돈이 가는 곳에 사랑도 있다던가.
하지만 심가은은 더는 백이현의 돈도, 선물도 원하지 않았다.
심가은은 상자를 돌려주었다.
“필요 없어. 고맙지만 도로 가져가.”
백이현은 고집스레 상자를 심가은의 품에 밀어 넣었다.
“싫으면 버려.”
심가은은 백이현의 이 작은 호의에 마음이 흔들릴 리 없었다.
과거에 받은 상처를 조금도 잊은 적 없었다.
심가은은 상자를 길가의 쓰레기통에 바로 던져 넣고 백이현을 바라보며 조롱하듯 말했다.
“당신 주는 건 내게 모두 쓰레기일 뿐이야. 나는 쓰레기를 모으는 취미가 없어.”
백이현은 예전처럼 화를 내는 대신에 눈꼬리가 붉어진 채 상처받은 표정으로 심가은을 바라보았다.
“심가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왜 나한테 이토록 매정하게 구는 거야?”
심가은은 백이현이 이 말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을 들어 이제는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심가은은 백이현을 외면한 채 곧장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백이현은 더는 다가가 심가은을 붙잡지 않았다.
백이현은 그저 심가은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고 눈빛에는 깊은 상실감이 어려 있었다.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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