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7화
심가은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잠시 눈을 크게 뜬 임정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우리 손자 사주에 결혼 운이 없대요. 나이가 서른인데 여자랑 제대로 만나는 걸 본 적이 없다니까요? 난 그저 이대로 두다가 그 애가 평생 짝을 못 찾을까 봐 이러는 거라고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답답함과 체념이 뒤섞인 깊은 연륜의 숨결이 스며 있었다.
심가은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여자랑 교제 안 하는 이유가 혹시... 남자를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굳었다.
임정자의 손이 허공에서 잠시 멈췄다.
“그 가능성도 아예 없진 않죠.”
그녀의 눈가에 미묘한 빛이 번졌다.
“그래도 며느리가 급해하지 않으니 나 혼자 이러는 거예요. 안 되겠어요, 더 늦기 전에 결혼시켜야지...”
심가은은 그 말을 듣고 문득 얼굴조차 모르는 그 손자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임정자의 고급스러운 옷차림, 반듯한 태도, 그리고 말투 속에 배어 있는 권위. 그 모든 점에서 그녀의 집안이 얼마나 높은 계급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부유한 집안이든 아니든 어른들이 결혼하라고 재촉하는 건 다 똑같네.’
심가은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식사는 평화롭게 끝났다. 만족스러운 표정의 임정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가봐야겠어요, 오늘 음식 정말 맛있었어요.”
심가은은 재빨리 보온병을 꺼내 미리 우려둔 따뜻한 과일차를 그 안에 담았다.
“할머니, 혹시 아래층에서 손자분을 기다리실 거라면 이거 가져가세요. 식은 후에 조금씩 덜어 마시면 목이 따뜻해질 거예요.”
임정자의 눈빛이 부드러운 빛으로 풀렸다.
“아가씨는 참 다정하네요. 병원에서 잠깐 본 게 다인 날 이렇게 챙겨주다니...”
타인의 친절에 임정자의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따뜻해졌다.
“앞으로 어느 젊은이와 인연이 닿을지 모르겠네요... 손자가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심가은이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건 칭찬으로 들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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