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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내가 대신 때려줄까?

헤어졌다는 말에 고태겸의 눈빛이 미세하게 반짝였다. 쾅! 고은찬이 분노를 가득 담아 문을 두드렸다. “헤어져? 하! 심재이, 나도 너 질린 지 오래야. 네가 자존심도 없이 붙어오지만 않았어도 너 같은 건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 매력이 없으면 유나처럼 착하기라도 하던가. 감히 나한테 먼저 이별 통보를 해? 그래, 헤어져. 너처럼 재미도 없고 멍청한 여자를 받아주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는지 어디 한번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 고은찬의 한마디 한마디가 심재이의 마음을 아프게 찔러왔다. 너무 아파 숨조차 쉬어지지 않았다. ‘너한테 나는 정말 보잘것없는 여자였구나...’ 이제 그녀는 고은찬이 자신을 좋아한 적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저 새끼가!” 그때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심재이는 문을 열려는 듯한 고태겸을 보더니 황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 마세요!”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고은찬이 소유나를 감싸주는 모습을, 언제부턴가 분노밖에 남지 않은 고은찬의 얼굴을 적어도 지금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이대로 문이 열리면 상황이 복잡해지게 된다. 고태겸은 미간을 사정없이 찌푸린 채 문을 노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고은찬을 반쯤 죽여버리고 싶었다. 고은찬에게 늘 이런 막말을 듣고 왔던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고태겸은 혀를 한번 차더니 시선을 돌려 창백해진 심재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심장을 누군가가 꽉 쥐고 놓아주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심재이는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서야 천천히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냉장고 안에 갇히기라도 한 것처럼 차가웠다. “이제 가보세요.” 그녀는 힘없이 얘기하며 고태겸을 잡고 있던 손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풀자마자 금방 다시 손이 잡혀버렸다. 심재이는 고개를 들어 조금 불쾌한 눈빛을 보냈다. “뭐하시는 거예요?” 고태겸은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눈가를 어루만지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대신 때려줄까?” “...” 심재이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고은찬 가족이면서?’ “나는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편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야.” 그녀의 의문을 눈치챈 듯 고태겸이 말했다. 심재이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고은찬이 나쁜 놈이라도 결국에는 그의 핏줄이다. 그러니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마음만 받을게요. 저랑은 이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라.” 고태겸은 그녀의 눈동자에 어린 경계심을 빠르게 알아챘다. 하긴 자기 가족을 때려준다는데 곧이곧대로 믿는 게 더 이상했다. “너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어. 고은찬이 사람 보는 눈이 없을 뿐이야.”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심재이는 코가 찡해 나며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괴롭힘 당한 건 넌데 왜 말을 안 해?” 고태겸이 물었다. 이에 심재이는 조금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까 고은찬이 한 말 못 들었어요? 내가 때리고 밀쳤다니까요?” “난 내가 본 것만 믿어.” 고태겸의 눈빛은 장난기 하나없이 매우 진지했다. “하하...” 심재이는 쓰게 웃었다. “그런데 왜 고은찬은 안 믿죠?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뻔히 봤으면서 고은찬은 다른 여자 편을 들어줬어요. 내가 해명해도 들어주려 하지 않았어요.” 심재이는 그에게 일러바치듯 서러운 감정을 토해냈다. “정말 헤어질 거야?” “네.” 심재이는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고은찬 때문에 저를 신경 써주거나 챙겨주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태겸이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그래? 고은찬 때문에 널 챙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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