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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손 잡고 걸어

심재이는 순간 심장이 쿵쿵 뛰는 느낌에 얼른 그의 눈빛을 피했다. 그에게 잡힌 손이 갑자기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이 사람 설마... 나 좋아하나?’ “영감이 널 예뻐해. 너 보면 잘 챙겨주라고 신신당부했어.” 고태겸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말한 영감은 그의 아버지, 즉 고은찬의 할아버지였다. “아...” 심재이는 순간 이상한 생각을 한 스스로가 너무나도 창피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미친 거야? 고은찬 때문에 사고 회로가 고장 나기라도 했어? 고태겸이 날 좋아한다니, 말도 안 되잖아!’ 하지만 덕분에 고태겸의 행동이 드디어 이해가 갔다. 그의 아버지인 고광진은 그녀의 할아버지인 심석훈과 오랜 친구로 사이가 막역했다. 또한 그녀도 무척이나 예뻐했었다. 어렸을 적 고씨 가문 본가에서 잠깐 신세를 졌을 때도 고광진은 꼭 자신의 친손주를 챙기는 것처럼 그녀를 챙겼었다. 심재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랬군요.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태겸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천천히 손을 풀어주었다. “집까지 데려다 줄게.” 어쩐지 목소리에 냉기가 조금 감도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저 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 “내가 무서워?” 고태겸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에 심재이는 습관적으로 움찔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긴장을 풀었다. 고광진 때문에 챙겨준다는 걸 알게 됐으니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신세 좀 질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지유 씨,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요. 계산은 해뒀으니까 마음껏 먹고 가요.] 고은찬을 만난 그 순간부터 자리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었기에 그녀는 직원에게 문자를 남겨두었다. 그런데 문자를 작성하고 보내자마자 고태겸이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아 뒤로 당겼다. “한 눈 팔지 말고 걷는 데만 집중하지 그래?” 심재이는 그제야 하마터면 기둥에 부딪힐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죄, 죄송해요.” “사과는 버릇이야?” 고태겸이 눈썹을 끌어올리며 물었다. “그건 아니고...” 심재이는 민망한 듯 애꿎은 손만 계속 만지작거렸다. 고태겸 앞에만 서면 몸이 꼭 고장이라도 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손 잡고 걸어. 넘어지고 싶지 않으면.” 고태겸은 거절할 틈조차 주지 않은 채 그녀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이에 심재이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보폭을 따라 조금 힘겹게 앞으로 걸어갔다. 분명히 누구보다 무심하고 냉랭한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고태겸이라는 남자가 매우 다정하게 느껴졌다.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대표님, 저분 팀장님 아니세요? 그런데 왜 남자랑 손잡고 있지...?” 소유나를 집에 데려다 주려던 고은찬은 그 말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심재이가 정말 남자와 손을 잡은 채 레스토랑을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고은찬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소유나도 황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심재이도 의문의 남자도 사라지고 없었다. 조명이 어두웠던 탓에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고은찬의 심기를 어지럽혀 놓기에는 충분했다. “대표님한테 헤어지자고 한 게 다 방금 그 남자 때문 아닐까요? 대표님이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됐을 수도 있잖아요.” 소유나가 깜짝 놀란 얼굴을 하며 그의 신경을 긁어놓았다. “그럴 리 없어!” 고은찬은 바로 부인했다. 하지만 심장이 쿵쿵 뛰며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그녀의 이별 통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명히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작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심재이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소유나는 고은찬의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손까지 잡았는데 아무 사이가 아닌 건 아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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