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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꿈

고은찬은 정곡을 찔린 듯 움찔했다. 소유나는 고은찬의 옷을 살짝 잡더니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솔직히 말하면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사실은 저 때문이 아니라 팀장님한테 다른 남자가 생겨서 대표님께 헤어지자고 얘기한 걸 수도 있잖아요. 저는 설령 그렇다 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괜한 오해를 받으실까 봐 무서워요.” 고은찬은 아무 말 없이 주먹만 꽉 말아쥐었다. 소유나는 그런 그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심재이는 고태겸의 손에 이끌려 먼저 병원으로 가 상처를 다시 치료한 뒤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후, 씻고 약을 먹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고 그녀는 침대에 눕자마자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무음으로 해둔 덕에 그녀는 벨 소리의 방해 없이 편히 잠을 잤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그다지 평온하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엉망이 되어버린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고은찬은 소유나를 품에 안은 채 그런 그녀를 경멸과 혐오가 담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심재이,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좋아해 본 적이 없어. 나한테 너는 그저 내 비위나 맞춰주는 호구였을 뿐이야. 애초에 너 따위가 어떻게 유나랑 비교가 되겠어. 안 그래? 유나야말로 내가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은 여자야. 그러니까 내 눈앞에서 꺼져!” 그는 말을 마친 후 고개를 숙여 소유나에게 키스했다. 심재이는 분노로 온몸이 떨리고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떼어내고 싶었지만 몸이 굳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소유나가 그녀 쪽으로 다가오더니 기고만장한 미소를 지었다. “얼굴만 예쁘면 뭐해요? 그래봤자 대표님은 그쪽이 아닌 나를 좋아하는데. 그래도 거슬리니까 그 얼굴까지 못쓰게 만들어버리는 게 좋겠네요.” 소유나는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칼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표독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심재이의 얼굴을 망가트리려고 했다. “안 돼!”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심재이의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칼날은 어느새 그녀의 눈 바로 앞에까지 다가왔다. 그때, 갑자기 어디에선가 고태겸이 나타나더니 소유나의 복부를 세게 걷어차 버렸다. “너 따위가 감히 심재이를 건드려?!” “헉!” 눈을 번쩍 뜬 심재이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창문을 뚫고 들어온 아침 햇살을 보고서야 그 모든 게 다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재이는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꿈에서 고태겸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것도 꽤 진부한 꿈을 꾸면서 말이다. “고태겸이 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화를 낼 리가 없잖아. 개꿈이야, 개꿈.” 심재이는 그렇게 세뇌하듯 말하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간밤에 부재중 전화가 9통이나 넘게 와 있었다. 모두 고은찬이 보낸 것으로 새벽 세 시에 건 것도 있었다. “미친 거야?” 심재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해성 엔터. 소유나는 아침 일찍부터 공들여 준비한 아침밥을 든 채 고은찬을 찾아갔다. “대표님,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요. 이건 제가 직접 쑨 죽이에요. 위가 안 좋으시다고 들어서 특별히 전복죽으로 준비했어요.” 고은찬은 그다지 식욕이 돌지 않았지만 어젯밤에 술을 마시기도 했고 또 아침도 걸렀던 터라 대충 먹기로 했다. “고마워. 잘 먹을게.” 그는 곧바로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소유나는 그의 말에 쑥스러운 듯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원하시면 매일 아침 아침밥을 준비해 드릴게요.” 고은찬은 별다른 대꾸 없이 죽을 한입 떠먹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바로 숟가락을 도로 내려놓았다. “혹시 맛이 없으세요?” 소유나가 조금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건 아니고 계속 재이가 끓여준 죽만 먹어서 그런지 영 입맛이 안 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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