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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책임 전가

“고마워.” 고태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뒤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백현수는 속으로 감탄이 아닌 감탄을 했다. 그도 그럴 게 무뚝뚝하고 냉랭하던 자신의 상사가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도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내가 잘 보여야 할 사람은 대표님이 아닌 심재이 씨일 지도 모르겠네.’ ... 저녁. 집으로 돌아온 고은찬은 손을 씻은 후 곧장 식탁으로 향했다. 저녁 식사는 이미 도우미가 다 준비해 둔 상태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수저를 들어 음식을 한 입 먹더니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거 왜 이렇게 맛이 없어? 전에 회사로 가져다 준 거랑 맛이 확연히 다르잖아!” 그 말에 도우미가 얼른 달려와 해명했다. “죄송합니다. 전에 회사로 가져다 드린 갈치 조림은 재이 씨가 한 겁니다. 도련님을 위해 가시도 다 발라드렸고요.” 고은찬의 미간이 더 짙어졌다. 심재이에게서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그는 줄곧 요리는 도우미가 해주고 심재이는 그저 회사에 가져다주기만 한 줄 알았다. 고은찬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나고 짜증이 밀려와 넥타이를 신경질적으로 끌어내렸다. “물.” 도우미는 얼른 따뜻한 물을 받아 고은찬에게 건네주었다. 고은찬은 물컵을 보더니 또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전에 썼던 파란색 물컵은 어쩌고? 그 컵에 따라서 다시 가져와.” 그가 말한 파란색 물컵은 심재이가 썼던 핑크색 물컵과 커플템으로 심재이가 직접 도자기 공방으로 가 만들어온 것이다.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그립감이 딱 좋아 고은찬은 그 컵을 꽤 마음에 들어 했었다. 도우미는 고은찬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아까 오후에 재이 씨가 사람을 보내 자신과 관련된 물건을 전부 다 가져갔어요. 두 분의 커플 물컵도 그중 하나였고요.” 고은찬은 그 말에 몇 초간 멍하니 있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위층으로 달려갔다. 위로 올라와 보니 심재이의 손길을 탄 물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사라져 있었다. 커플 물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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