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좋아하는 사람
조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심재이의 가족, 특히 심재이의 아버지는 상대하기 매우 피곤한 사람이었다.
심재이는 커피잔을 매만지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린아, 나 다시 강주영 교수님 밑에서 피아노 배우고 싶어.”
조아린은 그 말을 듣더니 눈을 반짝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잘 생각했어! 교수님이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네가 돌아가겠다고 하면 분명히 엄청 기뻐하실 거야.”
“정말 그럴까?”
심재이가 자신 없는 듯한 목소리로 시선을 내렸다.
“피아노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교수님이 얼마나 화를 내셨는지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 분명 나한테 엄청 실망하셨을 거야. 그래서 솔직히 어떤 얼굴로 찾아뵙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
심재이에게 있어 강주영은 피아노 스승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어머니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때는 고은찬에게 단단히 미쳐있었을 때라 강주영의 기대를 처참히 짓밟아버렸다.
“혼자 땅 파지 말고 일단 찾아뵙고 얘기를 나눠봐.”
조아린은 두 손을 꽉 말아쥐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네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보이면 교수님도 분명 용서해주실 거야. 난 그럴 거라고 믿어!”
심재이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일단은 사과부터 해야겠어.”
마음을 먹은 그녀는 조아린과 헤어진 후 바로 대학교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동기를 통해 그제야 강주영이 지금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원, 1인실.
“오늘은 좀 어떠세요?”
고태겸이 두 손 가득 선물을 들고 들어오며 물었다.
병상에 앉아 책을 보던 강주영은 안경 너머로 보이는 고태겸의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내려놓았다.
“태겸이 왔니? 많이 괜찮아졌어. 그런데 너 안 바빠?”
“마침 시간이 비길래 찾아왔어요.”
고태겸은 사과를 씻어 오더니 병상 옆 의자에 앉아 말없이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강주영은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더니 뭔가 떠오른 듯 피식 웃었다.
“태겸이 너는 날이 갈수록 네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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