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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체벌

고은찬은 자신의 잘못을 인지했는지 고개를 더 깊게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다음부터는 절대 오늘 같은 일 없게 할게요.” “몽둥이 가져와.” 고광진이 집사를 향해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집사가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본 임미연은 사색이 돼서 고광진에게 사정했다. “아버님, 은찬이도 자기 잘못을 인지하고 있잖아요.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단단히 교육해 두지 않으면 저놈 머리에 새겨지지 않을 거다.” 하지만 고광진의 태도는 단호했다. 임미연은 자신의 말이 안 통하자 옆에 앉은 고태훈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아버지 말씀이 옳아. 은찬이는 벌 좀 받아야 해.” 그러나 고태훈은 그녀의 뜻을 못 알아들은 척을 하며 고광진의 의견에 따랐다. 결국 임미연은 집사가 몽둥이를 가지고 돌아오는 걸 가만히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고은찬은 바닥에 엎드린 채 몽둥이로 무려 여섯 대나 맞았다. 체벌이 끝난 후 임미연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고은찬에게 다가가 천천히 부축해주었다. “엄마, 저 괜찮으니까 울지 마세요.” 고은찬은 창백해진 얼굴로 하고서도 그 와중에 임미연부터 위로했다. 임미연은 그 모습에 더더욱 가슴이 아파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그 눈빛도 고태겸에게 닿은 순간 금세 험악하게 변해버렸다. ‘친조카가 체벌을 당했는데 사정 한 번 안 해? 저러니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는 소리를 듣지!’ “그런데 네가 술을 마실 동안 재이는 곁에서 말리지 않고 뭐 했어? 언제는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하더니 이게 알아서 하는 거야?” 달리 분풀이할 곳이 없었던 임미연은 대뜸 심재이를 들먹이며 화를 냈다. 고은찬은 그 말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재이는 제가 술을 마신 것도 몰라요.” “뭐? 네 곁에 없었단 말이야? 언제나 네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애였잖아. 그런데 왜 오늘은 없어? 내가 걔 그럴 줄 알았다! 항상 말만 잘하지 사실은 아무것도 안 했던 거지? 여자친구가 돼서 어떻게 네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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