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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별 통보

심재이는 눈물을 닦아내고 화장을 고친 뒤에야 화장실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와 보니 고은찬과 소유나가 러브샷을 주고받고 있었다. “은찬아, 이 정도면 차라리 합방을 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부럽다. 여자친구는 네 말이라면 껌뻑 죽지 새로 온 여비서는 어리고 예쁘지.” 심재이는 찰싹 달라붙어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그녀가 10년을 사랑했던 남자의 본모습이었다. 그때 심재이를 발견한 친구들이 고은찬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눈치를 주었다. “은찬아, 그만해. 재이 나왔어.” “재이야, 장난인 거 알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한 건...” “변명하지 마.” 고은찬은 친구의 말을 끊더니 도발하듯 심재이를 바라보았다. “기분 나쁘면 나가. 분위기 흐리지 말고.” 심재이는 울컥하는 마음을 꾹 누른 채 고은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우리 헤어지자.”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룸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심재이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는지 다들 벙찐 얼굴이었다. 고은찬도 그들과 다를 것 없이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곧바로 담배를 끄며 피식 웃었다. “진심이야? 후회해도 안 받아줄 거니까 제대로 생각하고 말해.” “팀장님, 죄송해요! 대표님은 그저 저를 불쌍하게 생각해 생일을 축하해준 것밖에 없어요. 저 때문에 헤어지지 말아 주세요! 정 화가 풀리지 않으시면 차라리 저를 때려주세요. 부탁이에요. 저 때문에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건 싫어요!” 소유나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심재이의 손을 잡았다. 철썩! 심재이가 소유나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설마 정말로 손을 올릴 줄은 몰랐던 건지 소유나는 벙찐 얼굴로 빨개진 볼을 감쌌다. 고은찬은 심재이의 행동에 놀란 듯 가만히 있다가 몇 초 후에야 큰 소리로 외쳤다. “심재이, 이게 무슨 짓이야!” 심지어 호통을 내지른 것도 모자라 심재이를 밀쳐버리기까지 했다. 심재이는 그에게 밀린 탓에 테이블에 부딪혔고 그 순간 떨어진 과도 때문에 팔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광경을 본 고은찬은 안색을 바꾸며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심재이를 부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소유나가 그의 팔을 잡으며 울먹였다. “대표님, 죄송해요. 다 제가 잘못한 거예요. 그러니까 팀장님한테 화내지 마세요. 저는... 저는 팀장님의 화가 풀릴 수만 있다면 몇 대도 더 맞을 수 있어요.” 고은찬은 빨갛게 부어오른 그녀의 볼을 보더니 다시금 분노하며 심재이를 노려보았다. “네 꼴을 봐! 지금 네가 얼마나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지! 지금 당장 유나한테 사과해!”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여자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 모습을 본 심재이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팔에 난 상처보다 찢긴 가슴이 더 아팠다. 언젠가는 고은찬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뒤돌아서 한 번쯤은 자신을 바라봐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은찬은 끝끝내 그녀를 바라봐주지 않았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을 뚫고 달려와 그녀를 구해줬던 남자는 그날 이후 사라지고 없었다. 고은찬의 뒤를 쫓아가는 게 이제는 힘이 들었다. 심재이는 눈을 뜨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팔에서 떨어진 피는 어느새 그녀의 흰색 원피스를 빨갛게 물들여버렸다. 심재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단호한 눈빛으로 고은찬을 바라보았다. “때릴 만해서 때렸어. 그게 다야. 나는 사과 안 해.” 말을 마친 후 그녀는 미련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은찬아, 재이 안색이 안 좋은데 따라가 보지 않아도 돼? 피를 많이 흘렸던데.” “안 죽어.” 고은찬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짜증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그보다 헤어지자는 말 진심일까? 만약 진심이면 어떡하냐? 너희 부모님이 뭐라 할 것 같은데?” 고은찬과 심재이의 교제 사실은 고씨 가문과 심씨 가문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즉, 두 사람의 사이를 이미 허락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고은찬은 친구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기분 안 좋다고 투정 부리는 것뿐이야. 며칠 내버려 두면 알아서 풀리게 되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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