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집 없는 아이
윤가영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보고 나서 심재이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미묘한 표정이 스쳤다.
심재이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재이야, 오늘 서진이 생일인 거 알지? 집에 와서 같이 저녁 먹자.”
“엄마, 요즘 너무 바빠서 저는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서진이 선물은 이미 준비해서 보냈어요. 일이 좀 정리되면 그때 찾아뵐게요.”
“재이야, 너...”
그때 갑자기 수화기 너머로 잡음이 섞이며 윤가영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심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서진이 스무 번째 생일이다. 무조건 은찬이 데리고 같이 집에 와라.”
심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이번에도 명령조였다.
심재이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회사 일이 바빠서... 시간 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저도, 은찬이도...”
“핑계 대지 마.”
심호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지금 ‘알겠다’는 말을 못 들으면 내가 직접 은찬이한테 전화할 거다. 바쁜 건지, 아니면 네가 오기 싫은 건지 확실히 알아야겠으니까! 밖에서 멋대로 살다 보니 이제 이 아비 말도 우습게 들리는 모양이야? 집에도 안 들어오고 말이야!”
그 마지막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닌 분명한 경고였다.
심재이는 휴대폰을 꽉 움켜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나서 오래도록 억눌러온 감정을 눌러 담으며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갈게요.”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감히 아버지 말에 토를 달아?”
심호는 냉소를 흘리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심재이는 힘없이 휴대폰을 내려놓았고 한참이 지나도록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콧등이 시큰해지며 참았던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고 삼켜냈다.
‘집? 그런 건 애초에 없었어. 심씨 가문은 단 한 번도 내 집이었던 적 없어...’
심호가 심재이를 다시 집으로 불러들인 건 그녀가 ‘고씨 가문 도련님의 여자친구’라는 이유였다.
그 타이틀이 아니었다면 심재이는 그 집에 앉을 의자 하나조차 없었을 것이었다.
‘은찬이랑 헤어진 걸 언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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