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수면제를 탄 우유

그러나 심재이는 결국 손에 쥐고 있던 과도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윤가영의 애절한 눈빛 때문이었다. “은찬이한테는 언제 연락할 생각이냐?” 심호가 곧바로 다그쳤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심재이는 피곤함에 찌든 표정으로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녀는 심호의 눈동자에 잠깐 스친 음흉한 생각을 읽어내지 못했다. 심호도 더는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날이 서 있던 말투를 부드럽게 바꿨다.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가. 그동안 네 엄마도 많이 그리워했으니까.” 뜻밖의 제안에 심재이와 윤가영은 동시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심재이는 곧 의심스럽다고 생각했다. ‘심호가 나보고 이 집에서 자고 가라는 말을 한다니... 이 넓은 집에 내 방 하나 만들어 주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웬 친절?’ 막 거절하려는 순간, 윤가영이 그녀의 팔을 꼭 붙잡았다. “재이야,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자. 엄마도 너랑...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 좀 하고 싶어.” 그 말에 심재이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래, 하룻밤쯤 자고 가지 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집에서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엄마뿐이니까.’ 심호는 도우미에게 객실 하나를 준비하게 했고 이내 심재이를 그 방으로 안내했다. 밤이 깊어질 무렵, 윤가영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머그잔에 담아 조심스레 거실로 나왔다. 막 방으로 향하려던 찰나, 심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말없이 다가온 그는 우유가 담긴 머그잔에 하얀 가루를 타기 시작했다. “여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윤가영이 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용히 해. 수면제일 뿐이야. 몸에 해롭진 않아.” “아니, 도대체 왜... 왜 재이한테 수면제를 먹이는 거예요?” 심호는 그녀의 귀에 바싹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 말이 끝나자, 윤가영의 얼굴이 금세 하얗게 질렸다. “그건 안 돼요. 재이가 알게 되면 분명히 화낼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