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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사직

고은찬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 있던 직원들이 깜짝 놀라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심재이는 해성 엔터의 창립 멤버로 이제껏 회사를 위해 크게 이바지를 했었다. 게다가 그녀는 전 직원이 다 알고 있는 고은찬의 공식적인 여자친구이기도 했다. 반면 소유나는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으로 제대로 된 자료 한번 작성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런 어린애가 심재이의 사무실마저 채가는 모습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들은 분명 당사자인 심재이도 똑같은 마음일 거라 여기며 고은찬의 말에 뭐라 반박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재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짐을 하나둘 싸기 시작했다. 고은찬은 태연한 그녀의 행동에 이를 꽉 깨물며 사무실 밖을 가리켰다. “제일 구석 방으로 가!” 심재이는 별다른 불평불만 없이 지시하는 대로 짐을 옮겼다. 어차피 곧 사직서를 낼 거라서 어느 자리로 가든 크게 상관이 없었다. 소유나는 매우 기뻤지만 겉으로는 깜짝 놀란 척을 하며 고은찬의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대표님, 정말 제가 이 방을 써도 돼요?” “응.” 고은찬은 그녀에게 답을 하면서도 계속 사무실 밖에 있는 심재이의 동태만 살폈다. 소유나는 그의 말에 활짝 웃더니 회색 벽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표님, 이 방을 핑크색으로 다시 꾸며도 돼요? 이건 좀 촌스러워서.” “마음대로 해. 이제는 네 사무실이니까.” 해당 사무실의 인테리어는 벽지부터 작은 오브제들까지 전부 심재이가 직접 고르고 선택한 것들이었다. 그런 사무실을 소유나가 천장부터 바닥까지 전부 다 바꿔버리겠다고 해버렸으니 분명히 심재이도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심재이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하! 이래도 반응이 없어? 순순히 사과하면 이번 주말에 프러포즈해 주려고 했는데 필요 없나 보지? 어디 네가 언제까지 태연할 수 있나 보자!’ 심재이는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쌓아뒀던 서류를 전부 다 처리할 수 있었다. 세 시간 내내 미동도 없이 앉아있었더니 어깨가 뻐근하며 팔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스트레칭하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직원들이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팀장님, 저희는 팀장님 편인 거 아시죠? 이번에는 대표님이 확실히 잘못하셨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기회를 봐서 대신 복수해 드릴게요!” 심재이는 커피를 받아들고는 미소를 지었다. “걱정은 고맙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어차피 곧 회사를 그만둘 거거든요.” 그녀의 말에 직원들은 벙찐 표정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조금만 더 있으면 회사가 상장되기 때문이다. 지금 떠나는 건 소유나가 설칠 기회를 그대로 줘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심재이는 그들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안다는 듯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녀는 비즈니스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간은 고은찬의 도움이 되고 싶어 줄곧 무리했던 것뿐이었다.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졌으니 오래도록 간직했던 꿈을 다시금 펼쳐 볼 생각이다. 직원들은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더 이상 뭐라 설득할 수도 없었다. 고은찬에게 실망한 건 실망한 거고 그간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이었기에 심재이는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요.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심재이가 예약한 곳은 운해시에서 제일 비싼 레스토랑이었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과 함께 샴페인을 터트리니 분위기가 단번에 무르익었다. 심재이를 잘 따랐던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정말 회사를 그만두실 거예요? 팀장님이 그만두시면 그때부터는 소유나 씨 세상이 될 거예요. 대표님이 자기를 예뻐한다는 걸 알고 더 설칠 거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대표님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 같아요. 애교만 부릴 줄 아는 소유나 씨보다 능력 있고 예쁜 팀장님이 훨씬 나은데!” 심재이는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리며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그만. 우리 다른 얘기 해요. 곧 그만두는 마당에 분위기 깨는 사람들의 말은 듣고 싶지 않네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곧 그만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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