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결혼하고 싶지 않아
심서진의 말에 심호의 얼굴이 노을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누가 봐도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네가 감히 서진에게 그런 짓을 해? 이게 날이 가면 갈수록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내가 오늘 기필코 네 버릇을 고쳐줄 거야.”
말하며 심호가 성큼성큼 심재이 앞으로 걸어가 따귀라도 때리려는 듯 손을 높이 올렸다. 하지만 윤가영이 그 손을 꽉 잡아당겼다.
“여보, 재이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화내지 마요. 여긴 병원이에요.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어요.”
얼른 심호를 말린 윤가영이 심재이에게 눈짓을 보냈다. 잘못했다고 사과하라는 의미였다.
그 모습을 본 심재이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가 냉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심서진이 물을 떠달라고 해서 물도 떠줬고, 직접 먹여주기까지 했는데 제가 뭘 잘못했다는 거예요?”
“입만 살아서는. 그때 그 따귀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네.”
심호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심재이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런 심호를 보면서도 심재이는 그저 피식,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를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에게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을 지경이에요. 6살이던 저를 차버린 것에 비하면 그 따귀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죠.”
심호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심재이는 분명 미소 짓고 있었지만 웃음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표정은 그저 차갑기만 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찬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심재이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여기서 심서진을 지키고 있었던 건 엄마 때문이었어요. 엄마만 아니면, 저런 자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예요.”
“당신 딸이 하는 말 좀 들어봐. 저게 누나라는 인간이 할 얘기야? 친동생인 서진이한테 어떻게 감히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야.”
“여보, 진정해요. 재이도 아직 다 낫지 않았는데 오후 내내 병실을 지키고 있었잖아요. 서진이가 걱정되지 않았다면 그럴 리가 없잖아요.”
윤가영이 다급하게 심재이 대신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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