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여름 캠프에서 막 돌아온 뒤, 임지현은 이윤이의 여행 가방을 열어 옷가지를 하나씩 정리해 옷장에 넣고 있었다.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는 옷들은 이윤이에게 맡겼더니, 아이는 제법 능숙한 손놀림을 보였다. 얼굴에는 잔뜩 집중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임지현은 말없이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손수 키워 온 아이가 이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벅찼다.
“엄마, 이윤이 여름 캠프에서 얌전했죠?”
양말 한 켤레를 반듯하게 접어 수납함에 넣은 이윤이가 고개를 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잘했어. 엄마가 얼마나 뿌듯했는데.”
임지현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바닥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이 그동안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풀어 주는 듯했다.
이윤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작은 손으로 옷더미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 이윤이는 착한 어린이니까 보상으로 오늘 밤 엄마랑 같이 자도 될까요? 요즘 자꾸 무서운 꿈을 꿔서요. 어두운 게 조금 무서워요.”
길고 짙은 속눈썹이 내려앉아 아이의 눈을 가렸다.
그 표정은 누가 보아도 마음이 약해질 만큼 애처로웠다.
임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였다.
“안 돼.”
문이 열리며 육현재가 들어왔다.
이윤이는 고개를 들었다. 아이의 눈가에 금세 물기가 고였다.
“이제 다 컸잖아. 남자애면 혼자 자는 연습도 해야지.”
육현재는 그렇게 말하며 임지현 옆으로 다가왔다.
이윤이는 금세 반박했다.
“아저씨는 저보다 큰 사내대장부 아닌가요? 아저씨는 왜 엄마랑 같이 자요?”
“엄마는 내 아내니까. 너도 나중에 크면 네 아내가 생길 거야. 그때가 되면 너도 네 아내를 끌어안고 자면 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현재는 갑자기 임지현을 번쩍 안아 올렸다.
“육현재, 내려놔! 미쳤어?”
임지현은 발버둥 쳤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현관 쪽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그의 어깨에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
임지현이 고개를 숙여 그대로 물어뜯은 것이다.
육현재의 턱이 순간 굳어졌지만 신음은 내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그녀를 안은 채 침실로 들어가 침대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어깨 위로 옷이 살짝 걷히며 붉게 남은 이빨 자국이 또렷이 드러났다.
“너 개야?”
“맞아, 이제 알았어?”
임지현은 여전히 냉랭한 말투였다.
“조심해, 다음엔 목을 물어뜯을 거니까.”
“어디 한번 해 봐.”
육현재는 한쪽 무릎을 침대 위에 올리고 몸을 숙였다.
입술이 닿기 직전, 임지현이 손으로 그의 얼굴을 막아섰다.
“오늘은 피곤해. 그냥 쉬고 싶어.”
삼 년이 지났는데도 이 남자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다. 특히 임지현의 앞에서는 좀처럼 멈출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쉬고 싶다고?”
그가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응.”
육현재는 천천히 물러서는 듯하다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임지현은 균형을 잃고 그대로 그의 가슴에 부딪혔다.
그때 육현재가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잡았다.
가볍게 조여 오는 힘에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떼려 했지만 이내 다시 그의 품 안으로 끌려갔다.
임지현은 분명히 느꼈다. 이대로 불붙으면 오늘 밤도 길어질 게 뻔하다는 것을.
“또 뭐 하려고?”
그녀의 말투에 짜증이 묻어났다.
그러나 육현재는 대답 대신, 그녀를 허리째 들어 올렸다. 어깨에 가볍게 걸치듯 안정적으로 안아 들고는 욕실로 향했다.
“씻고 자야지.”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다.
“깨끗이 안 씻고 어떻게 쉬어.”
“변태! 내려놔!”
임지현이 등을 두드리며 버텼지만 소용없었다.
...
다음 날, 임지현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정오가 가까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