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심해원이 떠나려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유다정을 싸늘하게 바라봤다.
그의 차가운 시선에 상처받은 유다정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녀의 눈빛이 미친 듯한 광기로 흔들렸다.
“내일이면 여길 떠나요. 그래서 한 가지만 묻고 싶어요. 단 한 순간이라도 저를 좋아했던 적 있나요?”
유다정은 조심스레 물었다. 마치 그가 아니라는 대답을 하면 당장이라도 산산이 부서질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심해원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냉정히 답했다.
“유다정 씨는 별장에서 고용한 가정부일 뿐이에요. 내가 그런 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그의 단호한 말투에 유다정의 얼굴엔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졌다.
“그럼 한유설 씨는요? 한유설 씨 역시 별장에서 고용한 가정부 아닌가요?”
유다정의 질문에 심해원은 태연히 말했다.
“유설 씨는 내 여자니까 상관없어요.”
그 한마디는 마치 거대한 망치처럼 유다정을 내려쳤고 그녀는 충격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정말로 한유설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니.'
유다정의 눈은 슬픔으로 물들었다. 같은 처지에 같은 신분이었는데 도대체 왜 한유설만이 그의 마음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걸까? 그녀는 갑자기 그를 자극하고 싶어졌다.
“기억하세요? 당신이 술에 취했던 그날 밤, 몸 아래에 깔고 누웠던 여자는 내가 아니었어요.”
순식간에 심해원의 눈빛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냉랭하게 그녀를 응시했다.
유다정은 처절히 웃었지만 그 눈빛은 광기로 가득했다.
“뜻밖이죠? 당신이 사람을 잘못 본 거예요. 입으로는 한유설 씨가 당신 여자라고 하면서도, 그날 밤 숨도 못 쉴 정도로 당신이 눌러버린 사람이 바로 한유설 씨였다고요.”
심해원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유다정의 목소리는 한껏 조롱으로 물들었다.
“당신은 한유설 씨를 나로 착각하고는 집에서 쫓아냈던 거죠.”
끝내 심해원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더는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 사라졌다.
유다정은 웃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빗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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