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화
한유설은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빨개진 얼굴을 들지 못한 채 어색하게 말했다.
“저... 먼저 가볼게요.”
“그래요.”
짧고 담담한 심해원의 대답에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 돼서 그러는데, 당분간은 다른 사람 앞에서 조금만 조심해줄 수 있을까요?”
심해원이 진지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유가 뭔데요?”
한유설은 급히 해명했다.
“제가 아직 여기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 조금 곤란해서요.”
심해원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파악한 듯 가볍게 수긍했다.
“유설 씨 원하는 대로 해요. 다만 결정은 빨리 내려줬으면 좋겠어요.”
한유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방을 빠져나왔다. 오후 세 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라 다행히 늦은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처리해야 할 일도 없어 그녀의 부재를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먼저 방으로 돌아가 입고 있던 작업복을 갈아입었다. 옷이 구겨졌을 뿐만 아니라 몸에 남아있는 끈적거리는 느낌이 그녀는 싫었다.
한유설은 이내 빨개진 얼굴을 톡톡 두드리며 떠오르는 아찔한 기억들을 급히 떨쳐냈다. 그러고는 간단히 샤워를 끝내고 깨끗한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밖으로 나가 일을 시작했다.
손은 바삐 움직였지만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3개월 뒤에 떠날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빨리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해원과 우주한의 적극적인 접근에 한유설은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만 이렇게 빨리 떠나는 것이 원작의 스토리라인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유설 씨, 아까 어디 갔었어요?”
오후 휴식 시간이 끝나고 돌아온 송우영은 별장 곳곳을 헤매며 그녀를 찾았다.
한유설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낮잠을 좀 잤어요. 깜빡하고 집사님께 말씀을 못 드렸네요.”
송우영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다정 씨가 떠났대요.”
최근까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던 윤세희마저 갑자기 친절하게 변해서인지 송우영은 마음의 불안이 조금씩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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