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한유설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바라봤다. 저도 모르게 몇 시간이나 잠들었고, 지금은 오후 다섯 시 반이었다.
몸이 살짝 탈진한 듯했지만, 다행히 오은지가 반나절 휴가를 줘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히 몸살이 났을 것이다.
‘아침 일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대체 누가 나를 그 방에 가둔 걸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채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잠깐 나가서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방을 나서자 옆방 문 앞에 세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유다정, 정수연, 그리고 윤세희였다.
그중 유일하게 캐리어를 끌고 있는 사람은 정수연, 그녀는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라 두 사람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몸조심해요, 수연 씨.”
유다정의 목소리에는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이 묻어났다.
반면 윤세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떠나는 사람이 왜 유다정이 아닌지 내심 실망했다.
그녀는 정수연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유 없이 한유설을 가뒀을 리는 더더욱 없었다. 아무리 싫어한다고 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닐 터였다.
그래서 윤세희는 이번 일에 유다정이 관여했으리라 의심했다.
한유설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자신을 가둔 사람이 정수연이라고 짐작했다.
‘내가 싫으면 무시하면 될 일인데, 왜 굳이 아무 이득도 없는 일을 했을까?’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그런 짓을 저질렀다.
한유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춰 지켜보던 중 작별 인사를 하던 정수연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자 유다정과 윤세희도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순식간에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하지만 한유설은 한결같이 무표정했다.
정수연은 사과 한마디 없이 눈물을 훔치고 캐리어를 끌며 떠났다.
그녀는 한유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었고, 이곳에도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확신했다. 유다정이 기회가 되면 부탁해 다시 들여보내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유다정에게만 잘 붙어 있으면 됐다. 언젠가 유다정이 이 저택의 주인이 되면 하찮은 도우미에게 고개 숙일 필요도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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