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한유설은 얌전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이 차에 올라탄 이유는 오늘 분명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자신은 연애를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바쁜 그의 시간을 더 이상 빼앗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백도운의 얼굴을 마주하니 미리 준비해 둔 말들은 목구멍에서 맴돌기만 했고 어떻게 입을 열어야 좋을지 몰라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본 백도운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계속 깨물다간 피 나겠어요.”
순간 얼굴이 화끈해진 그녀는 황급히 입술을 매만졌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긴장과 어색함은 숨길 길이 없었다.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 백도운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유설 씨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돼요.”
한유설은 살며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의 말 한마디에 신기하게도 긴장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서서히 풀려가는 느낌이었다.
차를 출발시키기 전 백도운이 그녀에게 물었다.
“듣고 싶은 노래 있어요?”
“아, 아무거나 괜찮아요.”
그는 잔잔하고 부드러운 곡을 골랐다. 음악은 그녀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졌고 비로소 한유설은 편안히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실 연애에 둔감한 그녀였지만 아주 작은 행동이나 배려 하나하나에는 누구보다도 예민하고 섬세했다.
과거 심해원과의 관계를 떠올리면 더욱 그랬다. 심해원은 그녀를 아껴주긴 했지만 속으로는 그녀의 평범한 출신이나 직업을 은근히 꺼려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행적을 제대로 알려준 적도 없었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그녀를 소개한 적도 없었다.
그녀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늘 모른 척 넘어갔다. 할아버지께 드린 선물 역시 그저 형식상의 예의를 지키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당시 한유설은 공식적으로 그의 여자친구였으니까.
다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고 심해원에게 부족한 면이 있다면 또 다른 부분에서 충분히 좋았기에 아무 말 없이 감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도운은 달랐다. 그의 모든 세심한 배려는 일부러 꾸며낸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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