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화
깊은 밤, 세경시의 어느 고층 아파트.
침대 위에서 뒤척이던 한유설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기다릴게요.”
백도운이 그 말을 건넬 때의 미소가 아직도 그녀의 눈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진심 어린 그의 고백은 그녀의 마음을 깊숙이 흔들었고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국 한유설은 그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이미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자신과 백도운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계급의 벽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쉽게 사랑을 시작할 수 없었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결정인 동시에 백도운을 위한 배려였다.
잠깐의 설렘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말 것이다. 그녀는 계급 차이가 주는 압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심해원과 우주한 모두 그녀를 소중히 여겼지만 보이지 않는 벽은 늘 존재하며 그녀를 짓눌렀다. 우주한의 부모님은 그녀에게 항상 친절했지만,함께 있을 때마다 그녀는 조심스럽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그들의 체면에 먹칠할까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결혼식의 드레스마저 우주한의 어머니 취향대로 결정되었고 제작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한 번도 그녀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우주한의 가족이 그녀에게 호의를 베푼 이유는 단지 아들이 좋아하는 상대였으며 그녀가 순종적이고 예의 바른 성격이기 때문이었다.
한유설은 이미 그런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부유한 집안일수록 지켜야 할 규율은 많았고 당시 그녀 역시 그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었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었기에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그녀는 일찍 깨달았다.
그러나 다시는 그런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유를 원했다.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며 살고 싶었고 타인의 시선과 체면을 더 이상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꿈꾸었다.
우주한과의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백도운에게 아무리 설레고 마음이 흔들린다 해도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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