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등이 벽에 닿은 한유설은 귀까지 붉어졌다. 더 이상 우주한을 밀어낼 수 없었다. 어두운 구석이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곳에 있었다. “우주한 씨! 이거 놔요.” 한유설은 너무 크게 소리칠 수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라도 하면 그녀가 우주한을 꼬셨다고 오해를 하게 될 테니까. 고개를 숙인 채 한유설을 오랫동안 바라보던 우주한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시선을 마주치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더 피하려 해요?” 우주한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냉기를 감지한 한유설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안 피할게요.” 우주한이 음침한 목소리로 물었다. “며칠 전에 한 말, 거짓말이죠?” 한유설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진심이었어요. 우주한 씨와 내게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함께하기에 적합한지 알아보려고요. 안 그러면... 나중에 나와 사귄 걸 후회하면... 안 되잖아요. 감정은 신중해야... 신중해야 한다고요.” 우주한이 말했다. “그러니까 나를 위해 그런 거라는 뜻이에요?” 한유설은 우주한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이죠. 우주한 씨가... 손해 보시면 안 되니까요.” 우주한이 피식 웃었다. 그의 변덕스러움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우주한이 손가락으로 한유설의 턱을 문질렀다. “작은 입으로 말은 잘하네요.” 우주한은 어둠 속에서도 복숭아꽃 같은 눈으로 한유설의 입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한유설은 계속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평소 운동을 하는 우주한은 힘이 정말로 강한 데다 키까지 컸다. 우주한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순간 그가 서서히 몸을 숙였다... 급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한유설은 순간적으로 지혜를 발휘해 옆을 향해 소리쳤다. “백... 백도운 씨!” 동작이 멈춘 우주한은 눈빛이 매우 차가워졌다. 한유설은 즉시 몸을 웅크려 우주한의 구속에서 벗어났다. 이때 마침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심해원과 온시열이 내렸다. 한유설은 아직도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그들에게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