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나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뭐가 끝장이야? 날씨? 요즘 여름이 다 가서 좀 시원해지긴 했지.”
가을이 다가오면서 바람도 제법 시원해졌다. 성다예는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 와중에 농담이 나와? 네가 계약서를 잘못 처리해서 정한수 대표님이 우리랑 협업 안 하겠다고 한 거 이미 다 퍼졌어! 게다가 누가 소문을 퍼뜨렸는지 이 계약이 날아가서 연말 보너스도 취소됐다고들 해! 지금 다들 네 탓 하고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아까 동료들의 눈빛이 떠올랐다. 확실히 원망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담담하게 웃었다.
“괜찮아. 당황하지 마.”
“이게 괜찮아? 회사 전체가 널 원망하고 있는데?”
성다예는 세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늘에 맹세해. 난 이 얘기를 누구한테도 안 했어. 나도 어떻게 퍼졌는지 모르겠어.”
나는 성다예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입이 조금 가벼운 편이긴 해도 말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건 구분할 줄 아는 애였다.
“회사에서 연말 보너스 취소한다는 말을 난 못 들었어. 그리고 누가 정한수 대표님이 협업 안 한다고 했어?”
성다예는 머뭇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정 대표님이 널 용서한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모르겠어. 그래서 이따 직접 전화해 보려고.”
정한수 대표님과 딸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도 궁금했다. 막 딸을 찾았으니 기쁜 마음에 이 일은 잠시 잊고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급할 게 없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문밖에서 누군가 외쳤다.
“온 비서님! 정 대표님이 찾으세요!”
나는 잠시 멍해졌다가 문을 올려다봤는데 정한수 대표님이 환한 얼굴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몸을 움츠린 채 서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화려한 옷차림이었지만 손에는 아직도 상처 자국이 가득했다. 전생에 뉴스로 본 적이 있어서 나는 단번에 그 여자가 정한수 대표님의 딸이라는 걸 알아봤다.
정한수 대표님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달려와 내 팔을 붙잡았다.
“온 비서, 정말 고마워! 온 비서가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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