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어릴 때부터 나는 정말 말 잘 듣는 아이였다.
특히 진서후 말이라면 항상 고분고분 따르고는 했다.
고등학생 시절 학업 스트레스도 큰데 진서후가 숙제를 대신 해달라고 하면 두세 시까지 졸린 눈을 비벼가며 끝까지 해줬다.
왜냐고?
그때는 진서후가 선생님께 혼나는 게 싫었다.
그가 농구하다 다치면 깜짝 놀라서 가장 먼저 약을 구하러 달려간 것도 나였다.
진서후는 늘 나를 착하고 말 잘 듣는다고 칭찬했다.
그 칭찬이 예전엔 그렇게 기분 좋았는데 이제는 들을수록 역겨웠다.
나는 짜증 섞인 얼굴로 잠시 고민하다 결국 김밥을 내주었다.
그걸 본 진서후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유나야, 역시 넌 마음씨가 착해.”
진서후는 신서영 손에 김밥을 쥐여주며 다정하게 물었다.
“서영아, 더 먹고 싶은 건 없어?”
신서영은 고개를 살짝 들고 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나야, 정말 미안해. 너무 미안해서... 김밥은 네가 먹어. 난 그냥 굶을게.”
‘뭐 하는 거야? 내가 양보하니까 굳이 안 먹는다고? 왜 전에는 아무 말도 안하고... 정말 머리에 물이라도 들어찬 건가?’
나는 담담히 웃으며 사장님께 말했다.
“만두 주세요.”
그리고 신서영을 힐끔 보며 말했다.
“난 만두 샀으니까 김밥은 그냥 가져가. 그리고 나는 쓰레기를 다시 돌려받는 습관은 없어.”
그 말에 신서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그락불그락해졌다.
신서영은 손에 쥐고 있던 김밥을 움켜쥐더니 진서후에게 내던지며 울상을 지었다.
“유나가 화났잖아. 나 안 먹을래.”
신서영이 그 말만 남기고 돌아서 가버리자 진서후는 안절부절못했다.
“유나야, 왜 서영이한테 화내고 그래? 지금 임신 중이라서 감정 기복 심한 거 몰라? 얼른 가서 사과해.”
어이없는 진서후의 말에 나는 우유를 그의 얼굴에 끼얹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먹고 싶다고 해서 양보까지 해줬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 할 망정 나더러 사과하라고? 지금 제정신이야?”
내 말을 들은 진서후는 순간 굳어 버렸다.
그는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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