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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김씨 가문의 결혼식은 겉으로는 조촐했으나 친지들만 모인 연회장은 극진한 사치로 가득했다. 김씨 가문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대개 눈치가 빠르고 처신이 능숙한 사람들이었다. 이 정도의 화려함이라면 새며느리, 즉 김씨 가문의 새로운 안주인을 이 집안이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았다. 지금은 김원우가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는 때였으므로 김씨 가문과 가까이 지내려면 새 안주인에게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송서아에게 자애롭고 상냥한 태도를 보였다. 자연스럽게 송서아의 어머니, 최애라에게도 더없이 다정했다. 분홍 장미 다발을 든 송서아는 문득 박유준과의 결혼식을 떠올렸다. 그때는 송씨 가문의 하객이 좀 많다고 연회장 테이블이 부족하다며 박유준이 은근히 불만을 내비쳤었다. 박씨 가문의 친척들 또한 자기들 자리를 빼앗은 송씨 가문 사람들에게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 이 두 집안의 태도를 견주어 보니 참으로 속이 상하기만 했다. 앙증맞은 화동이 송서아의 웨딩드레스 자락을 잡고 따라왔다. 작은 아이는 눈을 깜빡이며 송서아의 손을 꼭 쥐었다. 송서아는 아이가 무언가에 정신이 팔렸나 싶어 고개를 숙여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부드럽게 물었다. “왜 그러니?” 아이는 눈웃음을 지으며 한쪽을 가리켰다. “언니,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언니 손 잡고 같이 레드 카펫 걸어 줄 사람 저기 있어요.” 송서아가 고개를 들자 일 년 넘게 보지 못했던 아버지, 송정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혹시 눈이 잘못되었나 싶어 곧장 사람들 틈에서 최애라를 찾았다. 최애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송서아를 마주 보더니 살며시 김원우를 가리켰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주선한 일임을 에둘러 알려주는 듯했다. 그제야 송서아는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이가 송정호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송정호는 송서아의 곁으로 걸어왔다.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송정호의 머리는 어느새 색이 바래졌다. 구레나룻에는 흰 서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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