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차 한 잔을 다 비운 김원우는 더 머물 생각이 없는 듯했다.
“요즘도 앤젤레스에 자주 가나?”
곽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그쪽 일은 거의 다 마무리돼서 당분간은 경원에 있을 거야.”
김원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시간 날 때 우리 집에 한번 놀러 와.”
곽지민은 그 초대의 의미를 당연히 알고 있었다. 가봤자 김원우의 애정 과시나 봐야 할 터였다. 김원우 역시 곽지민에게 염장질하려는 속셈으로 초대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곽지민은 고집불통이었다.
‘어디 한번 가보자고. 과연 누가 더 불편해질지.’
곽지민이 흔쾌히 수락했다.
“좋지. 나 요즘 시간 많아.”
김원우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룸을 나갔다.
김원우가 사라지자마자 서현우가 곽지민 옆으로 다가가 호들갑을 떨었다.
“곽 변호사님, 진짜 가시게요? 원우 씨가 무슨 속셈인지 다들 뻔히 알잖아요.”
곽지민이 호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지, 당연히 가야지. 김원우 씨가 모처럼 초대했는데 내가 그 체면을 안 세워줄 수 없지.”
서현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속셈을 알면서 왜 가겠다는 거예요? 저는 곽 변호사님도, 원우 씨도 이해가 안 되네요.”
유경욱이 한마디 거들었다.
“둘 다 참 대단하다. 대체 무슨 자존심 싸움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곽지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자존심 싸움 같은 거 한 적 없어.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건 거니, 나중에 누가 더 화가 날지 한번 보자는 거지.”
유경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곽 변호사님, 대체 송서아 씨랑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원우 씨가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있게.”
곽지민은 샴페인 잔을 단숨에 비웠다. 섣불리 말했다가는 김원우가 정말 눈이 돌아버릴까 봐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김원우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침실에는 송서아가 등을 돌린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김원우는 살금살금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 혹시라도 소리가 커서 침대에 잠든 송서아를 깨울까 봐 머리도 말리지 못했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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