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걸려온 전화는 곽지민의 것이었다.
김원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눈빛에 싫증과 거부감을 가득 담았다. 
‘변호사가 이렇게 할 일이 없나? 이른 아침부터 늦잠이나 잘 것이지 대체 무슨 전화를 건단 말인가.’
김원우는 송서아를 대신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곽지민은 아침잠에서 막 깨어난 여동생 같은 나긋하고 달콤한 목소리를 기대했었지만,전화를 받자마자 들린 것은 김원우의 낮고 불쾌한 목소리였다. 
곽지민은 내심 기분이 상했지만 자신이 김원우의 완벽한 아침을 망쳤다는 생각에 이내약간의 득의양양함을 느꼈다.
“별다른 일은 없고. 오늘이 송서아랑 어리고 잘생긴 남자애가 판다 동물원에 봉사 활동으로 벽화 그리는 날 아닌가. 내가 일부러 송서아한테 전화해서 알려주려고 했지.”
김원우의 이마에 몇 줄기 검은 선이 잡히는 듯했다. 
목소리는 끔찍하리만큼 차가웠다. 
“서아는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야. 제때 맞춰 알람도 맞춰놨을 테니, 네가 따로 알려줄 필요 없어.”
곽지민은 전화 저편에서 더욱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일부러 순진한 척했다. 
“나도 좋은 마음에서 그런 거지. 혹시 늦을까 봐 걱정돼서.”
곽지민은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 잘생긴 남자애 말인데. 올해 경원 미대를 막 졸업한 20대 초반인데, 쯧쯧, 송서아가 그 친구랑 같이 일하면 눈이 즐겁겠더구먼.”
김원우는 깊은숨을 들이켰다. 
곽지민이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랜 세월 동안 두 사람이 지내온 방식이 바로 이것이었다.
“오? 눈이 즐겁다고? 곽 변호사, 자네 경원의 법률 사무소에 서현우 그 친구들이랑 내가 돈을 같이 투자했다는 사실 잊었나?”
김원우가 이 말을 꺼내자 곽지민은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황급히 말을 돌렸다. 
“김 대표님, 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0대 초반의 잘생긴 남자애가 뭐가 눈이 즐겁겠어? 대표님보다 눈이 즐겁지는 않지. 게다가 20대 남자애들은 매력이 하나도 없어. 김 대표님처럼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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